게르의 삶은 그리 팍팍하지 않다

 
몽골에서 게르는 전통 이동형 집을 의미하는데일반적으로 가정집을 게르라고 한다도시의 아파트는 베르라고 하지만아파트 집을 마네 베르(우리 아파트)’하지 않고, ‘마네 게르(우리 집)’라고 한다사막의 게르는 직경 5미터 정도 되는 돔형 이동형 원룸이다사막 사람들은 이 작은 집에서 사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한다.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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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키보다 조금 낮은 게르 문을 열고들어가면 바로 앞가운데 난로가 보인다난로 오른쪽에 연료를 넣는 입구가 있다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찬장이 있다그러니까 게르 오른쪽 부분난로와 찬장 사이는 부엌인 셈이다게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살림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그래서 게르에 들어가면 난로의 왼쪽을 돌아 들어가야 한다.
 
 
 
게르의 가장 안쪽은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난로와 기둥 뒤로 보이는 부분이다이 자리는 호이모르라 불리는 상석이다여기에 의자나 침대가 놓여 있으면가장 연장자가 그곳에 앉는다그런데 보통 호이모르에는 장식장을 놓고그 위에 신당을 모신다.
 
 
 
출입문의 양쪽으로 침대가 하나씩 있다왼쪽 침대는 바깥주인오른쪽은 안주인이 사용한다왼쪽 출입문 옆에는 세면대가 있다세면대는 물 몇 리터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물통과 물받이양동이가 전부다물통에 달려 있는 꼭지는 수도꼭지처럼 틀면 쏴 나오는 게 아니다물통 아래 달려 있는 꼭지를 위로 밀어 올리면꼭지가 올려 진 공간만큼만 물이 나온다한번 꼭지를 올리면 주먹만큼 물이 나온다만약에 꼭지를 틀어 물이 주루룩 나온다면 통에 있는 물이 금방 없어질 것이다물이 귀한 이곳에서 물을 조금씩 빼내어 쓰도록 하고 있다여기 사람들은 적은 물로도 충분하게 세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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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에는 바닥이 둥근 솥이 올려 져 있다대략 10리터 들이 정도 되는 중간 크기의 솥이다이 솥 하나로 차를 끓이고음식을 만든다아침과 저녁에 난로에 불을 넣는다게르 안주인은 난로에 솥을 올려 차를 먼저 끓인다차는 우유가 들어간 수태채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하루차 두 가지를 끓여 보온병에 담는다그러고 나서 이 솥에 음식을 끓이거나 볶는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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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 음식을 할 때 뚜껑을 열어 놓아야 할 때가 있다뚜껑을 열고 어디에 놓나 궁금했다게르 천정 바로 위에 작은 보자기 하나를 달아 놓았다안주인이 음식을 할 때 솥뚜껑을 열더니 위에 있는 보자기속에 뚜껑을 쏙 집어넣는다이렇게 멋지게 공간을 사용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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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의 침대가 조리대 역할을 한다칼국수를 밀거나 도마를 사용할 때 이 침대 위에 밀판이나 도마를 놓고 일한다이들은 작은 공간에서 솥 하나만 가지고 사람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해결한다사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주 조금 그리고효율적으로 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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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에 사용하는 연료는 마른 소똥이다보통 똥이라고 하면 냄새가 나고불결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그런데 이 마른 소똥을 그렇지 않다냄새가 없다태울 때도 물론 냄새가 나지 않는다난로에 불을 넣을 때는 난로 뚜껑을 열고 소똥을 얼기설기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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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을 어느 정도 쌓으면 뚜껑을 닫고난로 문을 열고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붙인다불쏘시개는 마른 소똥을 휘발류를 적셔 푸석푸석하게 만든 것이다사막에서 마른 나무나 풀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마른 소똥이 유일한 연료다.
 
 
 
호이모르 앞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다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게르에 들어오면주인은 호이모르 장식장 앞에 깔린 양탄자에 앉는다사람들이 그 주변과 침대에 걸터앉으면 대략 칠팔 명은 앉을 수 있다안주인이 양탄자에 보온병과 그릇을 내 놓는다그릇이라야 1인당 컵 하나씩이다여기의 컵은 주둥이가 넓적한 국대접 처럼 생겼다이 컵을 아야그라고 한다주인은 손님에게 무슨 차를 마실 거냐고 물은 후에 차를 아야그에 담아 돌린다차나 음식을 나눌 때 반드시 연장자부터 드린다.
 
 
차를 마시고 나면 안주인이 아야그를 달라고 해서그 아야그에 음식을 담아 준다음식을 주면서 포크나 수저 중에 하나를 준다음식을 먹을 때 한 손은 아야그를 받치고한 손은 포크나 수저를 들고 먹는다우리처럼 밥상에 수저를 놓았다가 들었다젓가락을 들었다 할 수 없다아야그는 음식을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그릇이다사람이 먹고 마시는데 사용하는 도구가 아야그 하나숟가락 하나가 전부다몽골 속담에 마실려고 해도 아야그도 없는 놈이라는 말이 있다어느 집에라도 초대받을 수 없는 막 되먹은 사람을 말한다그만큼 몽골에서 아야그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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