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현대엔지니어링⑥ 몸값 ‘10조’라더니...“쉿!”

- 시가총액 10조→ 2조원대… 기업가치 재조명  - 최근 10년 간 가장 낮은 수준, 아직 바닥 몰라 ‘투자주의’ - 미숙한 IPO 추진으로 ‘오너 일가 상속세 납부용’ 논란 키워

2023-07-04     임백향 기자

[편집자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어급 종목들이 차가운 시장 분위기에 IPO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증시가 만년 천수답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한 IPO를 활성화해야 한다. 뉴스웨이브는 IPO 준비기업의 가려진 시간과 이로 인한 사업·지배구조 개편·배당정책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장외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주가는 기업공개(IPO) 철회 이후 꾸준히 하락하더니 심리적 지지선인 4만원대 벽이 무너졌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준가격은 4일 기준 3만9000원이다. 2021년 4월 21일 14만2000원 (액면분할 전 142만원) 최고가 대비 72.53% 하락한 수치다. 현재 주가에 발행주식 수(7595만3410주)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2조962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한때 10조원이라던 IPO 대어가 2조원대 후반을 기록하며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 당시 증권업계는 회사의 예상 시가총액을 적게는 6~8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 추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산정 방식을 적용해 할인전 평가 시가총액을 7조1000억원로 매겼다. 이후 공모가 희망 범위(5만7900원~7만5700원)가 나오자 공모 시가총액은 4조6000억~6조원 안팎으로 제시됐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최대주주인 현대건설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85.39%, 현대차 오너가인 정의선 회장이 11.72%, 정몽구 명예회장은 4.68%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2021년 투자설명서를 통해 공모 1600만주 중 1200만주(75%)를 구주매출로 설정했다. IPO에 성공했다면 정 회장은 3천억~4천억 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월 말 IPO를 철회하며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한 반면 증권업계는 “정 회장의 구주매각을 534만1962주로 결정하면서 일반공모 400만주보다도 134만1962주를 더 팔 수 있는 구도가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장외 주식 기준 가격 변동 추이.  그래픽=뉴스웨이브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추진 당시 기업 투자에 몰두하기보다 오너일가 엑시트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 시장에 비호감을 줬다"라며 "현대엔지니어링 구주 매출 규모가 나왔을 때 이미 밖에서는 실패가 유력한 공모라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IPO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숙한 IPO 추진으로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용 상장’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상장 명분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주목도가 높은 회사로 꼽히지만 상장시점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IPO 실패 이후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모두 교체된 상태다. 새롭게 합류한 현대자동차 출신 김상현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중심으로 상장시점과 기업가치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은 오르고 수익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52.00% 오른 2조495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모두 20~30%가량 줄었다.

실추된 기업이미지와 꺾인 실적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대엔지니어링이 IPO에 나서긴 쉽지 않으며 단기간 내 장외주가 회복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IPO 전망도 어둡다. 국내 주택건설 경기가 역대급 수요 침체로 빠르게 하락 중이며 엔지니어링 영역에선 성장세를 도모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 6월에 78.4를 기록했다. CBSI는 건설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 경기실사지수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됐지만 현대차는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