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저축은행, 부동산 PF대출 부실화 속도 빨라졌다

-한국기업평가 지난 27일 업계2위 OK저축은행 신용등급 강등. OK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비율 작년 말 8.63%에서 3월말 20.2%로 급등 -안양 부림 등 다른 저축은행들도 올들어 부동산여신 부실화비율 더 급증 -신평사들, OK 외에 페퍼, 바로저축은행등도 신용등급 강등

2024-05-30     이태희 기자
저축은행중앙회 로고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고금리 및 경기 침체 지속 등으로 올들어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대출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저축은행들의 신용평가등급이나 등급전망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30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들 중 자산규모 2위 업체인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의 지난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과 요주의이하자산비율 및 연체율은 각각 20.2%, 83.1%, 18.0%로 조사됐다.

한국기업평가의 OK저축은행에 대한 27일 신용등급 조정내역

금융회사의 자산 또는 대출(여신)은 부실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보통 5단계로 분류한다. ‘정상’은 연체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정상 여신이고, ‘요주의’는 연체상태가 1~3개월 정도, ‘고정’은 연체상태가 3개월 이상이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여신들을 말한다.

이중 ‘고정이하’를 보통 부실 또는 부실화단계 여신으로 부르고, ‘요주의이하’는 연체가 조금이라도 있는 부실화 전단계 여신과 부실화여신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저축은행들이 금융감독원 기준에 따라 매 분기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보고해 작성되는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의 통일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전체 부동산PF대출의 작년 말 기준 고정이하비율은 8.63%, 요주의이하는 78.7%, 연체율은 9.20%였다.

다른 일부 저축은행들은 이미 올해 1분기 통일경영공시 자료들을 공시하고 있지만 OK저축은행은 30일 현재까지도 아직 공시하지 않고 있다.

한기평 자료와 저축은행중앙회 자료가 같은 기준이라고 본다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은 올들어 더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고 봐야 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OK저축은행 로고

우선 고정이하여신은 22년 말 3.2%, 23년 말 8.63%이던 것이 지난 3월 말 20.2%로 크게 뛰었다. 작년 한해 동안에도 부실화 속도가 빨랐지만 올들어 3개월 동안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연체율도 비슷하다. 22년 말 3.9%에 불과했으나 23년 말 9.20%로 뛰더니 지난 3월 말에는 18.0%로, 불과 석달만에 2배 가량 더 상승했다. 다만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72.2%, 78.7%, 83.1%로, 상승속도가 앞의 두 지표들보다 완만하다.

하지만 요주의이하가 80%가 넘는다는 것은 정상여신이 20%도 안된다는 얘기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이 부실화 전단계였는데, 작년 이후 ‘부실’로 넘어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평균 고정이하자산비율은 7.72%, 평균 연체율은 6.55%였다. 여기에 비교해봐도 OK저축은행 부동산PF대출의 부실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뚜렷이 알 수 있다.

2023년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건전성 현황

한기평은 지난 27일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리스크가 전체 재무건전성 유지에 부담을 주고 있고,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도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조치했다.

한기평은 지난 2021년 이 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린지 약 3년만에 등급을 다시 내렸다.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대출은 모두 2조353억원으로 총대출의 17.3%에 달한다. OK저축은행 자기자본 대비 134.7%에 이르는 규모다. 이중 본PF대출은 9498억원, 브릿지론은 1조855억원씩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는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경기 저하시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높고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PF대출의 경우도 시공사가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이고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비중이 약 40%로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준공 리스크와 분양 리스크 모두 높은 수준이라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한기평은 OK저축은행 부동산PF대출의 이런 지표들은 당분간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PF 관련대출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 영향으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더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이달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PF 연착륙대책에 따라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가 더 강화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경우 재구조화 및 정리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란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

2023년 OK저축은행 손익계산서상의 대손비용 항목

OK저축은행 대손비용의 경우 2022년 자산건전성 저하로 크게 증가했다가 작년에는 다시 감소했다. 하지만 대신 대출채권 처분손실이 작년에 크게 늘었다. 이 대출채권 처분손실을 감안하면 작년에도 이 은행의 실질 대손비용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한기평은 판단했다.

한기평은 올해도 부동산관련 대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부동산 분야가 아닌 개인신용대출의 부실채권 매각손실 확대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저축은행 개인 차주의 낮은 신용도를 감안할 때 개인신용대출에서도 부실이 올해는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및 오는 7월부터 각각 부동산PF 브릿지론과 개인 다중채무자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저축은행들은 이 부문 추가충당금 적립이 또 필요하다. 이런 이유들이 모두 합쳐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부림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건전성 현황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올 1분기 통일경영공시자료들을 제출한 저축은행들의 1분기 실적지표들을 보면 OK저축은행 외 다른 많은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들도 올들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안양 소재 부림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 고정이하비율은 작년 말 10.5%에서 지난 3월 말 25.3%로, 올들어 석달 동안 2배 이상 뛰었다. 이 은행 부동산업체대출의 고정이하비율도 같은 기간 11.9%에서 16.1%, 건설업체 대출 연체율은 0에서 24.62%로 각각 크게 높아졌다.

부림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은 23년 말 6.41%에서 지난 3월 말 9.58%로, 부동산PF대출에 비하면 아직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지방 부동산경기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광주 센트럴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건전성 현황

광주 센트럴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 고정이하비율도 작년 말까지는 0였으나 지난 3월 말에는 무려 35.7%로, 불과 석달만에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 광명 소재 융창저축은행과 부천 영진저축은행의 이 수치도 3.46%에서 20.6%, 7.28%에서 15.3%로 각각 껑충 뛰었다. 안양 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5.9%에서 13.4%로 많이 올랐다.

서울 소재 민국저축은행은 건설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작년 말 48%에서 지난 3월 말 56%로, 특이하게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인 애큐온(같은 기간 20.2%에서 24.8%)과 안양(17.2%에서 25.1%), 푸른(17.1%에서 26%), 부천 영진(11.56%에서 34.3%), 전주 스타(0에서 19.6%) 저축은행 등도 건설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아주 높거나 올들어 상승속도가 가파르다.

민국저축은행 건설업대출의 연체율

올들어서도 부동산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문제 있어 보이는 저축은행들은 부산 우리(작년말 15%에서 3월말 35.4%), 부천 영진(13.29%에서 32.9%), 광명 융창(12.9%에서 19.5%) 저축은행 등이다.

부동산PF를 포함한 전체 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올들어 특히 많이 급등한 곳은 부산 우리(작년말 9.37%에서 3월 말 18.23%), 부천 영진(8.93%에서 19.12%) 저축은행 등이다.

광명 융창저축은행의 부동산여신 건전성 현황

지방의 소형 저축은행들 뿐 아니라 대형 금융지주 소속 저축은행들의 지표들도 올들어 많이 악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KB금융 산하 KB저축은행이다. 이 은행의 부동산PF대출 고정이하비율은 작년 말 13.2%에서 지난 3월 말 15.8%로 더 높아졌다. 상승속도가 낮다고 할지 모르나 요주의여신비율이 작년 말 무려 86.7%에서 지난 3월 말 81%를 아직 유지할 정도로 크게 높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부실 전 단계 여신비중이 너무 높은 수준이다.

KB저축은행의 건설업대출 고정이하비율은 작년 말 29%에서 지난 3월말 58.6%로, 부동산PF대출보다 부실지수가 훨씬 더 높고 상승속도도 더 빠르다. 부동산업대출의 고정이하비율도 같은 기간 25.3%에서 37.4%로 크게 높아졌다.

KB저축은행 부동산관련 여신의 건전성 현황

KB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은 22년 말 2.07%에서 23년 말 10.11%, 지난 3월말 12.20%다. 물론 상승속도가 빠르고 지수도 높지만 부동산PF대출보다는 덜 하다. 이 저축은행 부동산관련 대출에 특히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KB저축은행은 작년 9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전체 저축은행들 중 페퍼저축은행(-1,390억원) 다음으로 많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곳이다. 다행히 올 1분기에는 240억원 영업흑자와 1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에 대손충당금을 미리 많이 쌓은 영향도 있지만 다른 저축은행들과 달리 올들어서도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더 올린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 1분기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예금평균금리는 작년 1분기 4.24%에서 올 1분기 3.92%로 떨어졌다. 반면 대출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7.84%에서 8.87%로 더 높아졌다. 애큐온, 민국, 융창저축은행 등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KB저축은행의 예금및 대출 평균금리 현황

반면 우리금융지주 소속인 청주 소재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작년 387억원 영업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15억원 영업적자를 지속했다. 앞에서 거론되었던 광명 융창, 부천 영진, 광주 센트럴저축은행 등도 모두 올 1분기에 영업적자를 지속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1분기 통일경영공시자료를 공시한 곳이 아직 15개 밖에 되지 않지만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많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관련 자산건전성지표들이 올들어 특히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경기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연착륙을 위해 저축은행들에 대해 우선 정확한 부실 상황부터 정확히 까라고 직간접 압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부실성 자산들이 많았는데, 당국의 강한 압력으로 그동안 숨겨둔 부실들까지 모두 공시하다보니 갑자기 부실지수들이 크게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편 OK저축은행 말고도 지난달에는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나신평은 같은 달, 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OK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2위·5위·6위에 해당해 대형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자산 규모 23위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지난달 강등되고 다올·대신·KB·JT친애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한 계단씩 하향 조정됐다. 올 들어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신용평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재일동포 계열인 OK금융그룹은 OK저축은행 외 다른 주력 계열사인 OK캐피탈 까지 과다한 부동산금융에 따른 부실 확대로 작년에 큰 적자를 봤다. 이 때문에 이들을 거느린 사실상 그룹지주사 OK홀딩스대부는 작년 연결기준 2,3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한국 본격 진출이후 사실상 첫 대규모 적자에 빠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