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의 놀라운 비상...두나무, 4년만에 '돈방석' 앉은 이유는①
- 2021년의 폭발적 성장세, 현재 영업이익률 60% 이상 유지 - 송치형 회장, 최근 3년간 연봉+배당 매년 400억원 육박 - 거래량 70% 이상 독과점 구조, 수수료는 국내 거래소들보다는 낮아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업비트 개설 4년 만에 ‘벼락 돈방석’에 앉으면서 자산 기준 국내 44위 재벌로 깜짝 급상승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정하는 공정자산이 2021년 말 10조8200억원으로, 10조원을 넘으면서 웬만한 대기업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2022년 첫 지정됐다. 공정위가 인정하는 ‘진짜 재벌’ 반열에 오른 것이다.
자산 5조원 이상이면 지정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진입했다. 그 후 가상화폐 열기가 식으면서 두나무그룹의 총자산은 22년 말 7조3900억원, 23년 말 9조4600억원으로 다시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이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니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재분류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순위 53위(24년 지정기준)의 ‘준(準) 재벌급’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나무그룹은 12개 계열사에 작년 합산 매출 1조230억원, 당기순이익 8180억원을 각각 올렸다. 순이익률이 80%를 넘는, 보기 드문 고수익 그룹이다.
계열사가 12개라지만 주력기업 두나무의 작년 별도기준 매출과 당기순익이 각각 9862억원, 7811억원에 달해 두나무 의존도가 96%가 넘는다.
두나무의 연결기준 자산과 매출은 업비트 개설(2017년 10월) 직후인 2018년만 해도 각각 6319억원, 4795억원에 불과했다. 매출은 2019년 1402억원, 20년 1767억원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 붐이 크게 일었던 2021년 성장세가 폭발했다. 두나무의 연결 매출은 3조70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1배나 급증했다. 이 해 자산도 10조원이 넘었다.
이후 가상화폐 시장 침체로 22년과 23년 매출은 각각 1조2492억원, 1조153억원으로 줄었지만 올들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두나무와 업비트의 엄청난 수익성이다. 2020년만해도 연결 매출 1767억원에 8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4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자체도 과거 삼성전자 못지않은 영업이익률이다.
하지만 2021년에는 매출 3조7045억원에 영업이익 3조2713억원, 당기순익 2조242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88%에 달했다. 정상적으로 큰 국내 대기업들 중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사례는 거의 전무후무하다.
물론 2022년과 23년에 영업이익은 각각 8101억원, 6408억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64.8%, 63.1%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5311억원에 영업이익 335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3.1%를 그대로 유지했다.
두나무-업비트의 이같은 영업이익 규모는 다른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지난 4년간 업비트의 영업이익 합계가 4조8566억원인 반면 2위 거래소 빗썸은 1조800억원, 코인원은 단 900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코빗은 741억원 적자였다.
2021년 이후 매년 이렇게 기록적인 이익이 계속 쌓이다보니 지난 3월 말 두나무의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3조4598억원, 순자산(자본총계)은 4조6964억원까지 각각 불어났다. 주주배당까지 하고 남아 쌓인 돈이다.
갑자기 이익이 크게 불어나자 기록적인 ‘돈 잔치’도 벌어졌다. 2021년 회장 등 등기임원을 제외한 두나무 임직원 370명이 받은 1인당 연평균 보수는 무려 3억9293억원에 달했다. 웬만한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이다.
물론 이는 실적 상여금과 스톡옵션 행사이익 등이 포함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직원들까지 이런 보수를 받는 국내 기업은 찾기 어렵다.
임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2년 2억3786만원, 23년 1억1633만원으로 다시 줄었지만 이 역시 웬만한 대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창업자 대주주들이나 경영진에 대한 처우는 그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창업자이자 두나무의 최대주주(지분율 25.57%)인 송치형 회장(이사회 의장)에 대한 주주 연말배당은 2017년~2020년까지 매년 26억~53억원씩이었다. 하지만 21년에는 513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22년과 23년에도 각각 180억원, 261억원을 기록했다.
공동 창업자이자 2대주주(13.13%)인 김형년 부회장의 배당금도 20년 27억원에서 21년 263억원, 22년 92억원, 23년 134억원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송 회장의 경우 지난 7년간 받은 배당 합계가 1113억원인데, 이중 86%인 955억원이 지난 3년간에 집중됐다. 송 회장의 상여를 포함한 연봉도 21년 98.55억원, 22년 80.86억원, 23년 27.84억원에 각각 달한다.
지난 3년간 받은 연봉이 모두 207억원이어서 가상자산 붐이 폭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받은 배당과 연봉을 합치면 1162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387억원 꼴이다. 웬만한 재벌 총수 뺨치는 액수다.
김형년 부회장도 지난 3년간 배당 489억원과 연봉 142억원 등 631억원을 벌어들였다.
업비트 시스템 안정화 등에 공이 많은 일부 임원들은 송 회장 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다. 김광수 CTO(최고기술책임자)의 2021년 연봉은 송 회장보다 훨씬 많은 179억원에 달했다. 이중 175억원이 상여금이었다. 임지훈 CSO(최고시스템책임자)의 21년 연봉도 송 회장보다 많은 138억원이었다.
송 회장은 43세이던 2022년 개인자산 37억 달러(4조6050억원)로, 포브스 발표 ‘대한민국 50대 부자’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19억5000만달러(2조5300억원)로 22위였다. 배당과 연봉 외에 보유한 두나무 주식 가치와 보유 가상화폐 자산가치 등이 급등한 덕이었다.
이런 일이 제조업체 같은 곳에서 벌어졌다면 ‘신화 창조’니 뭐니 하며 아마 찬사란 찬사는 다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까지도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떼 돈을 번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한 방’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가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곳이다.
이들에게 가상자산거래소가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하면 당연히 ‘수수료 폭리’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가상자산거래소 1위인 업비트에게도 이런 ‘수수료 폭리’ 니, ‘시스템 사기’니 하는 논란들이 당연히 따라다녔다.
과연 업비트의 수수료는 폭리일까?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 많은 가상자산거래소들 중 업비트에만 이렇게 거래가 집중되고 수수료 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
업비트는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 중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이 지금도 무려 70.6%인 압도적 1위 거래소다.
거래 코인과 마켓도 가장 많다. 지난 5월 말 기준 198종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지원하며 319곳에 달하는 마켓이 있다.
두나무와 그 창업자 등에게 엄청난 돈다발을 안겨다 준 두나무의 매출과 이익의 주 원천은 업비트가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서 받는 각종 거래수수료 수입이다. 작년의 경우 두나무 매출의 무려 97%가 거래 플랫폼 수수료 매출이었다.
수수료는 코인을 사고 팔 때 받는 거래 수수료와 예치금을 입출금할 때 받는 입출금 수수료를 보통 말한다. 특히 매출 비중이 높은 업비트의 거래수수료는 원화 거래가 거래액의 0.05%, 예약주문은 0.139%, 비트코인 등은 0.25%로 거래종류 별로 다르다.
하지만 각종 할증과 할인도 많아 공개되는 수수료율을 보고 ‘폭리다. 아니다’라를 단순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 전문가가 아니면 외부에서 정확한 수수료 수준을 알기 어렵게 시스템도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때문에 더 의혹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부로 공시되는 업비트의 각종 수수료 수준이 국내 다른 경쟁 거래소들보다 무조건 높은 것도 아니다. 2022년 국민일보가 직접 조사해 본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평균 수수료 수준을 보면 업비트가 0.05~0.25%인 반면 2위 빗썸은 0.25%, 코인원은 0.15%였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등은 빗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산 알트코인 수수료(0.05%)는 경쟁 거래소들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거래소들 중 유독 업비트가 폭발적인 매출과 이익을 올려온 것은 수수료 수준 때문이라기 보다 독과점에 가까울 정도로 상대적으로 많은 거래량 덕분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치형 회장은 2017년 업비트 출범 당시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통해 가장 많은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 것은 물론 기존 알트코인 투자과정의 번거로움과 거래 지연, 복잡한 계좌 관리 등의 문제들도 해소했다”고 큰 소리친 적이 있다.
실제 업비트는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당시까지 1위이던 빗썸을 추월했다. 이런 업비트 성공의 가장 큰 이유로, 당시 업계는 경쟁 서비스들에 비해 ‘쾌적하고 직관적인 사용환경’을 꼽았다.
송 회장의 장담처럼 당시 두나무-업비트 개발인력들은 한 가지 서비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강점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 송 회장부터가 ‘천재 개발자’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다. 이런 팀이 밤낮 없을 정도로 서비스 안정화와 고도화에 매진한 결과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차별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과 거래가 몰렸고 출범하자마자 확보한 독과점적인 1위 자리는 지금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거래량이 압도적이다보니 수수료 수입과 매출, 이익도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업비트의 수수료 수준이 경쟁 국내 거래소들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해외 주요 거래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실제 국민일보가 지난 2022년 3월 국내외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거래 수수료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들에 비해 평균 27%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기준 상위 50곳의 해외 가상화폐거래소 평균 수수료율은 0.133%로 집계되었다. 반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당시 내놓은 분석을 보면 21년 말 기준 국내 거래소 24곳의 평균 수수료율은 0.17%였다.
국민일보는 특히 국내외 주요 거래소를 비교해보면 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거래대금 기준 전 세계 최상위권 거래소인 바이낸스(1위) FTX(3위) 후오비글로벌(6위)의 평균 수수료율은 각각 0.065%, 0.033%, 0.135%였다. 반면 국내는 업비트(0.05~0.25%), 빗썸(0.25%) 코인원(0.15%) 등이었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국민일보에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언어장벽 등의 문제로 거래소 선택 범위가 국내 거래소로 한정돼 있다. 소수 거래소가 국내 시장을 독과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자본시장법에도, 금융당국 권한에도 수수료 조정 사항을 정해놓지 않다보니 일반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