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덤핑?" 업비트, 기습 상장으로 수익 극대화 전략 논란②

- 소비자주권, 가상자산 거래소의 비윤리적 영업 행태 강력 비판 - 신규 코인 기습 상장 후 급등락 반복... 투자자 보호는 뒷전 - 상장폐지 빈번한 업비트, 불투명한 상장 기준으로 도마 위 - 규제 공백 속 이해충돌 논란... 자정작업 필요성 대두

2024-07-16     이태희 기자
업비트 CI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깊어진 작년 이후로는 많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수수료 무료 또는 인하 이벤트들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어 수수료 절대 수준 비교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거래량 독과점에 있는 업비트는 이런 수수료 덤핑 경쟁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선 수수료율 폭리 논란보다 어떻게 하든 거래량을 늘려 매출을 올리기 위한 거래소들의 각종 꼼수 혹은 트릭(?)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부실·기습 상장과 상장 폐지를 남발한다는 논란이 많다. 이런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곳 또한 1위 업비트다.

업비트 공격에는 요즘 가장 활동이 활발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연대(이하 소비자주권)’가 앞장 서고 있다. 지난달 이후 이 단체는 며칠 간격으로 업비트의 문제점들을 폭로하는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업비트의 신규 코인 상장시 가격변동 사례(소비자주권)

지난달 18일에는 기습 상장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업비트가 사전 공지없이 코인의 기습 상장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부추켜 막대한 거래수수료 수입을 올린 후 소비자보호는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거래소에 신규 코인이 상장되면 십중팔구 그날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그 다음날에는 최고 하락률을 기록한다고 한다. 약간의 재료에도 순식간에 달려들어 차익을 올리고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속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소비자주권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업비트에 상장된 바운스토큰은 2만2120원에 상장돼 거래 시작 1분만에 5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5시간 후에는 3만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가격이 가장 심하게 변동한 코인은 지난달 6일 상장된 타이코였다. 2900원에 상장돼 거래 시작 1분만에 9500원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30분만에 4000원대로 하락했다.

올해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된 9개 신규 코인의 상장 직후 24시간 동안 거래 대금은 평균 5265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이 합쳐 11조원에 불과한 이 신규 코인들의 상장을 통해 업비트는 하루만에 평균 2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 업비트에 신규상장된 코인들의 거래대금과 거래수수료(소비자주권)

반면 시가총액이 1800조원이 넘는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지난 5월 일평균 거래수수료가 1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동일한 시가총액으로 환산했을 때 상장 직후 신규 코인은 비트코인과 비교해 2500배나 수수료가 잘 걷히는 셈이다.

업비트 입장에선 비트코인 거래보다 신규 코인을 상장시켜 수수료 수입과 매출 증가를 꾀하는 것이 당연한 영업 전략일 것이다.

코인 상장도 미리 예고된 상장보다 기습적인 상장이 더 가격 변동성이 크다고 한다.

소비자주권은 업비트가 이런 점을 적극 이용해 신규 코인 상장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가 상장 1시간쯤 전에 공지하는 관행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수료 수입 극대화를 위한 업비트의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업비트가 스스로를 도박장이 아니라 가상자산거래소라고 생각한다면, 기습 상장으로 투기성을 자극, 수수료로 한몫 챙기겠다는 얄팍한 수를 당장 접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규 코인 상장시 가격 변동성을 직접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거래액수를 제한하거나 상장 이후 매수주문 제한조치를 현행 5분에서 최소 60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상장폐지현황(소비자주권)

소비자주권은 지난달 21일 보도자료에서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맞아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상장폐지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계 1위 업비트가 가상자산 상장폐지(이하 상폐)와 6개월 미만 상폐, 단독 상장 후 상폐 모두 1위였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은 “업비트의 상장을 믿고 투자했더니 상장폐지 책임은 투자자만 지라는 꼴”이라며 “부실 상장의 변동성을 이용한 수익을 노렸다면 업비트도 이용자 손실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2017년 4월~24년 6월 11일) 중 상장 코인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가 공지된 416건 중 업비트가 159회(38.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코인원(115회), 빗썸(95회) 순이었다.

업비트가 거래지원 종료한 코인들의 타 거래소 상장여부(소비자주권)

업비트는 상장 후 180일을 못 채우고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 경우도 13회나 나타나 5대 거래소 중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단독 상장 후 거래지원 종료 비율이 가장 높은 거래소도 업비트로, 업비트가 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한 159종의 가상자산들 중 83.6%에 해당하는 133종의 가상자산이 업비트에 단독 상장된 후 거래지원이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가 기습 상장과 상장폐지 등을 영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출 증대를 위해 원칙없는 상장이나 부실-기습 상장을 남발하고 투자자 피해 등 그 책임은 잘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국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의원이 “업비트가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상장한 뒤 거래 수수료 수익을 위해 투자자보호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민 의원은 “거래소가 코인의 상장과 상폐(거래지원 종료) 권한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게 문제”라며 “거래소는 어떤 기준으로 상장과 상폐를 결정하는지, 그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융감독기관은 코인 상장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4년간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영업이익 비교(소비자주권)

지난 3월 한국증권법학회 정기세미나에 참석한 신의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수단 검사도 “거래소가 가상자산의 건전성과 사업성 심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 거래소 심사기능을 신뢰한 일반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막대한 투자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신 검사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장기준’이 규정돼 있지 않고, 상장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해 거래소를 상대로 한 청탁 유인도 상당하다”고도 했다.

지난 4월 은행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 관련 거의 모든 사업을 같이 하는, 이른바 ‘겸영’은 사업간 이해충돌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상자산거래소의 업무범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장-거래-보관 등 가산자산 관련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기능을 세분화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도 이미 구체적인 기능 쪼개기 및 규제강화 방안 등을 본격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두나무와 업비트가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서의 독점적-안정적 지위를 앞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스스로 자정 작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면서 “상장정책을 재검토하고 수수료 등도 폭리 논란이 안 생길 정도로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제휴은행들의 고객예치금및 비중(소비자주권)

한편 소비자주권은 지난 15일에도 두나무-업비트가 규제의 공백을 이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용자 보호와 이해충돌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또 발표했다.

보도자료에서 소비자주권은 업비트가 ‘테라-루나 사태’ 등 수많은 이해충돌 의혹을 남겨왔다면서 신뢰를 쌓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지만 시장과 이용자들의 의혹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테라-루나 사태’ 관련 이해충돌이란 2022년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부실 코인 테라와 루나를 두나무가 자회사를 통해 미리 사두고, 이를 스스로 운영하는 업비트 거래소에 셀프 상장해 막대한 차익을 얻은 사례를 말한다.

두나무는 당시 ‘테라-루나 사태’ 발생 1년 전에 자회사가 보유한 루나를 전량 처분하고 교환매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비트코인을 다량 취득한 것으로 드러나 루나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도 거래소 이익을 위해 이용자들에게는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은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두나무 자회사가 보유한 업비트 상장코인 관련 업비트의 공시(소비자주권)

이 보도자료를 포함해 소비자주권이 지난 6월 17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한달 남짓 동안 내놓은 두나무-업비트 관련 보도자료는 무려 9건에 달한다. 평균 3일에 한번 꼴이다.

지난달 19일 자료에서는 업비트가 금감원 출신 인사의 영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사용자 불편 해소를 위해 업비트가 케이뱅크와만 거래하지 말고 제휴 은행들을 더 늘려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업비트에 코인을 맡길 때는 1시간이지만 찾을때는 22일이나 걸린다”면서 “코인 하락장때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 업비트는 스테이킹 해지가 즉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는 두나무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중 2개만 준수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지배구조가 엉망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이런 지표들은 상장기업에 주로 관련된 사안들”이라며 “두나무는 아직 비상장기업”이라는 답변을 일부 언론에 내놨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