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4조원 쓴 정용진, 결국 쿠팡에 밀려…‘한국판 아마존’ 좌초 위기

- 당초 쓱닷컴,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으로 쿠팡과 경쟁 예고 - 쿠팡과 네이버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3위로 추락, - 매출 감소, 적자 지속, 인수 후유증…‘향후 경쟁력 회복 ‘불투명’

2024-09-09     이태희 기자
신세계이마트 정용진 회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신세계-이마트 그룹 정용진 회장(당시 부회장)은 쿠팡 등의 폭발적 성장세로 오프라인 유통사업 위기감이 고조되자 2019년 3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통합해 SSG닷컴(이하 쓱닷컴)을 출범시켰다.

2년 후인 2021년에는 3.6조원이나 들여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지분 80%를 인수했다. 온라인 후발 주자인 쓱닷컴이 오랜 업력을 지닌 지마켓의 IT개발 역량과 고객 망 흡수를 통해 통합시너지를 낸다는 목적이었다.

2021년 인수 당시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근소한 차로 3위였다.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 점유율을 합산하면 15%로, 쿠팡을 앞서 2위다. 신세계 측은 온라인 무대가 앞으로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정용진 당시 부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제2의 월마트·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 시대'를 열 것"이라며 “온라인도 잘하는 오프라인 회사가 아니라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 부문에서 신세계보다 더 늦었던 롯데그룹도 2022년 ‘롯데온’을 출범,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다.

쓱닷컴 출범 5년이 지난 지금, 정 회장의 ‘한국판 아마존’은 잘 되고 있을까? 정답은 한마디로 ‘전혀 그렇지 못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쓱닷컴과 지마켓의 영업실적 추이(한기평)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2022년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거래액 기준)을 보면 쿠팡이 24.5%, 네이버쇼핑이 23.3%로 양대 산맥을 이룬 가운데, 신세계그룹(G마켓·옥션·SSG닷컴) 10.1%, 11번가 7%, 롯데온 5.0%, 큐텐그룹(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4.9% 등의 순이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1년 만에 쿠팡에 크게 밀려 신세계 온라인은 3위로 밀린 것이다. 쿠팡과의 격차는 그 후 더 벌어졌다. 올 1분기 거래액 기준 쿠팡의 점유율은 30%선까지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들어선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에도 밀리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166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뒤이어 알리익스프레스(847만명), 테무(755만명), 11번가(733만명), G마켓(520만명)이 2~5위를 각각 기록했다.

쓱닷컴은 종합몰앱 순위 13위 권, 옥션은 10위 권에 각각 머무르고 있다. 신세계그룹 합산을 해야만 겨우 4~5위권이다.

매출 기준으로 따지면 쓱닷컴과 지마켓의 매출은 작년부터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물론 적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쓱닷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 매출은 2019년 8441억원, 20년 1조2941억원, 21년 1조4942억원, 22년 1조7447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하다 작년 1조6784억원으로 처음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808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8483억원보다 줄었다. 작년부터의 감소세가 올들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출범 첫 해부터 계속 영업적자를 기록, 올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4816억원, 누적 당기순손실이 4284억원에 각각 달한다. 결손도 계속 늘어 작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3992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유상증자 지원과 FI(재무적투자자)들이 출자한 1조원 덕에 아직 자본잠식까지 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쓱닷컴의 연결 손익계산서

 

지마켓도 비슷하다. 연결 매출은 2022년 1조3185억원을 기록했다가 23년 1조1967억원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507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5956억원보다 무려 14.7%나 줄었다. 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계속 영업적자다.

지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 인수 전에는 이커머스업계 내 유일한 흑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마트의 인수 이후 정보기술(IT)투자를 단행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마켓에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 프레시’ 등으로 보완했지만 새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강력한 한 방은 없다는 평이다.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의 특성 상 적자이더라도 매출은 계속 늘어야 할텐데, 쓱닷컴과 지마켓은 작년부터 매출까지 꺾이고 있어 심상치 않다. 그룹 측은 비용 효율화 작업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어딘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쓱닷컴은 지마켓에 오픈마켓 기능 등을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지마켓은 쓱닷컴과 시너지를 발휘해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오히려 예전의 명성은 물론 덩치도 쪼그라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지마켓의 포괄손익계산서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신세계그룹 반기 분석보고서에서 “네이버-쿠팡의 과점 경쟁구도 고착으로 에스에스지닷컴과 지마켓의 시장점유율이 정체된 것으로 파악되며, C커머스 국내시장 진출의 영향도 그룹 소매유통 부문 중에서 이들 이커머스업체들이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특히, 오픈마켓 플랫폼인 지마켓이 부정적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C커머스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열위인 쓱닷컴-지마켓이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사업역량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한기평은 또 C커머스업체들은 약점인 배송속도를 최근 크게 보완하고 있고, 최대 경쟁기업 쿠팡도 배송서비스 역량에서 이미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배송서비스 강화 전략만으로는 시장점유율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세계이마트는 이런 약점들을 보완하고 신세계그룹 옴니채널 구축, 사업간 시너지 창출 등을 위해 백화점, 면세점, 이마트, 쓱닷컴, G마켓, 스타벅스 등 여러 사업부문이 참여한 통합 유료멤버쉽 ‘신세계 유니버스’를 작년 7월 출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까지 실적 기여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보고서도 “출범 초기 단계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출범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로켓배송, 무료배송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쿠팡의 ‘와우 멤버십’ 등에 비해 초기 고객을 이끌 만한 특별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롯데(엘페이 프리미엄) 등도 유사한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멤버십을 제공하고 있어 시너지 창출 및 실적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이마트의 무형자산및 영업권 상각 내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무료배송 조건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점도 쿠팡 등에 비해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한다. 뒤늦게 무료 배송 조건 등을 계속 손질하고 있지만 전통 유통 공룡의 무거운 몸집 때문인지 선발주자들 따라잡기에 더 헉헉대는 듯한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데다 쿠팡이나 C커머스를 뛰어 넘는 차별성도 찾기 어렵다는게 문제”라며 “신세계그룹의 총력지원도 쿠팡의 막대한 자본력과 순발력에 묻혀 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6월 신세계이마트그룹은 쓱닷컴과 지마켓 수장을 교체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쓱닷컴은 지난달 근속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단행했다. G마켓은 중국 e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의 한국 총괄 출신인 정형권 대표를 선임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비용절감을 내건 것을 보면 아직도 쓱닷컴, 지마켓의 경영 효율이 문제인 건 사실로 보인다. 쓱닷컴의 경우 작년 매출 1조6784억 중 매출원가는 8458억에 불과한데 비해 판매관리비가 9488억으로 과다하다. 판관비중 지급수수료가 3365억, 급여 1708억. 운반비 2035억에 달한다.

오프라인식 비용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등에 얼마나 메스를 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마켓 인수 후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인수를 하지 않았다면 쓱닷컴에 투입할 기회비용이 생겼을 텐데, 투자 여력이 분산되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지마켓 등을 비싸게(?) 인수한 후유증도 과제다.

이마트는 지마켓과 스타벅스를 인수해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2021년 4분기부터 PPA 상각비를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PPA란 기업의 인수ㆍ합병(M&A) 이후 인수 시점의 인수가와 인수 대상의 순자산 공정가치의 차이, 즉 웃돈을 주고 산 부분이다.

M&A에 나선 상장기업은 이렇게 웃돈을 주고 산 부분을 일정 기간 상각해야 한다. 이마트의 경우 지마켓은 약 9600억원, 스타벅스는 약 6400억원 등 총 1조6천억원의 PPA가 M&A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가 2021년 4분기부터 10년 간 이를 상각하기로 한 데 따라 매 분기 지마켓 약 240억원, 스타벅스 약 160억원 등 총 약 400억원이 실적에서 차감되고 있다. 현금이 지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부상으로는 비용과 손실로 처리되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쓱닷컴 FI들과 체결한 지분 매입계약 관련 공시

 

쓱닷컴의 경우는 또 상장(IPO)을 미끼로 투자자들에게서 1조원을 끌어 들인 바 있는데, 상장이 계속 연기되면서 최근까지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19년 FI들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은 쓱닷컴에 7000억원을 출자했고, 2022년에도 30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총 1조원을 투자했다. 당시 체결한 주주간 계약서에는 쓱닷컴이 기업공개(IPO) 및 총거래액(GMV) 관련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FI들은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소유 주식 전부를 신세계그룹이 매수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상장은 계속 연기되고, 올해 이 풋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면서 신세계그룹과 FI들 간에 큰 알력이 이어졌다.

결국 신세계그룹이 총력을 동원한 끝에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10여 개 증권사·은행 연합군이 신세계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 연말까지 FI들이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를 넘겨 받되 ‘총수익스와프(TRS)’란 변칙 방식을 동원한다고 한다.

TRS는 증거금을 담보로 증권사 등이 주식 등을 대신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만기는 최소 3년, 금리 6% 수준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부동산 등 매각 없이도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한 셈이긴 하나, 금리 인하 추세에서 고금리 거액 대출을 또 하나 더 떠안은 셈이기도 하다. 당장의 큰 재무부담을 당분간 이연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FI들은 그동안 지분 희석 등을 이유로, 쓱닷컴과 지마켓 합병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올 연말까지 FI들이 출자금을 돌려받고 철수할 경우 인력구조 효율화와 중복투자 방지 등을 위해 양사 간 합병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유경 부회장

 

공정위 자산 선정 기준 재계 11위인 신세계이마트그룹은 현재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그룹 총수(동일인)로 공정위에 보고돼 있다. 하지만 이마트 계열은 오빠 정용진 회장이 최대주주(18.6%)이고, 신세계백화점 계열은 여동생 정유경 부회장이 최대주주(18.6%)다.

이 총괄회장은 양쪽에 지분 10%씩 갖고 있다. 어머니의 감독과 후원 하에 사실상 남매가 그룹을 양분해 같이 끌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 엔 그룹이 분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용진 휘하엔 이마트와 그 자회사들인 이마트24, 쓱닷컴,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건설, 에스씨케이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에메랄드SPV(지마켓) 등이 있다.

정유경 부회장은 전국의 신세계백화점들과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사이먼,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프쇼핑 등을 거느리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사드사태와 코로나 19 등으로 정유경의 신세계백화점 계열이 고전하고, 정용진의 이마트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대형 마트 부문의 실적 부진과 온라인 부문 적자 지속,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무형자산 상각비 인식 등으로, 이마트가 오히려 백화점 부문의 호실적을 까먹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회장까지 승진은 했지만 정용진 회장 입장에선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 회장은 과거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접은 사업들이 수두룩해 유통업계 일부에서는 한때 ‘마이너스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4조원 가까운 거액이 들어간 지마켓과 옥션, 쓱닷컴이 쿠팡과 C커머스 등에 밀려 앞으로도 계속 지리멸렬할 경우 정 회장은 더욱 난처해지고 전통 유통 강자 신세계이마트의 위상도 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그룹 롯데도 비슷한 처지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쿠팡 등의 강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신세계와 롯데의 온오프라인 합산 유통업계 서열까지 3, 4위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