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저축은행 부실 폭탄 터지나?…79곳 중 63곳 경고등

- 전국 저축은행 중 80% 이상 부실 채권 비율 10% 넘어 - 부실 드러나자 충당금 적립, 영업 악화 발생 - 부실 정리 지연시 제2 저축은행 사태로 번질 수도

2024-09-21     이태희 기자
저축은행들의 공동 브랜드마크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 여신 비중이 또 다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 경기와 지방 건설경기가 계속 침체 상태인데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저축은행 부동산PF 사업성 분류기준 강화 조치 이후 그동안 사실상 숨겨 놓았던 부실들이 속속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대손충당금도 더 쌓다보니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저축은행들도 크게 늘었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에 최근 공시된 저축은행들의 올 상반기 통일경영공시자료를 토대로 뉴스웨이브가 저축은행별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모두 합산해 평균치를 내본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35%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여신(대출)이나 자산을 연체 또는 부실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할 때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상태에 있는 여신을 말한다.

연체 3개월 이상으로, 부실 우려가 상당히 높거나 이미 부실 상태에 돌입한 여신을 보통 일컫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전체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높은 저축은행들(본사 정리)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3%였다. 불과 3개월 사이에 무려 4.02%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작년 말 이 비율은 7.75%, 그 1년 전인 2022년 말은 4.08%에 각각 불과했다.

수많은 저축은행들이 무더기 파산했던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 바로 직전인 2011년 6월 말 이 비율은 19.06%였다.

작년 이후의 가파른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실물경기와 지방 건설경기가 계속 침체된다면 13년 전 수치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 10%를 넘는 저축은행 숫자도 지난 3월 말 46개에서 6월 말 63개로 3개월 사이에 17개나 더 늘어났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무려 80%에 달하는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은 셈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이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 소재 솔브레인저축은행으로, 무려 43.11%(6월 말 기준)에 달했다. 지난 3월 말 23.63%보다 3개월 사이에 20%포인트 급등했다. 1년 전인 2023년 6월 말 이 저축은행의 이 비율은 6.53%에 불과했다.

이어 파주 안국(31.02%), 대구 대백(24.16%), 창원 SNT(24.10%), 포항 대아(23.65%), 구미 오성(22.20%), 구미 라온(20.62%), 분당 상상인(20.43%) 저축은행 순이다.

아파트 등의 분양 실적이 너무 좋지 않은 지방, 특히 영남지역 저축은행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산 기준 업계 9위 대형 저축은행인 상상인도 이 대열에 끼였다. 대부분 무리하게 부동산에 과다 대출했다가 부실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7위 페퍼저축은행의 이 비율도 6월 말 19.15%로 20%선에 근접했다.

반면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1년 전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하락한 곳은 딱 한군데 뿐이다. 춘천 소재 CK저축은행으로, CK의 이 수치는 작년 6월 말 2.68%에서 지난 6월 말 2.65%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 저축은행도 연체율은 같은 기간 상승했다.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 높은 저축은행들(본사 정리)

전체 대출 중 부동산 PF 대출로만 국한해 볼 때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천 소재 대명저축은행으로 무려 66.9%에 달했다. 3개월 전 이 비율은 30%였다. 

제천 대명 다음으로 이 비율이 높은 곳은 광명 융창(48.3%), 서울 HB(44.6%), 구미 오성(38.4%), 파주 안국(37.8%), 대구 대백(37.7%) 저축은행 순이다.

구미 오성만 빼고는 모두 올 2분기에 이 비율이 급등했다. 지방 부동산경기 악화도 원인이지만 금융당국의 사업성 심사 강화 조치의 여파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체 대출 고정이하비율이 1년 전보다 유일하게 줄었던 춘천 CK저축은행과 유안타·통영 조흥·평택저축은행 등 4곳은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비율이나 연체율이 모두 0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무리한 부동산 대출을 삼가고 견실한 대출 영업을 잘해 온 저축은행들로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솔브레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

전체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전국 1위 솔브레인저축은행은 임직원수 18명에 지난 6월 말 자산총계가 2067억원에 불과한 소형 저축은행이다. 자산 중 대출채권은 1397억원 정도다. 이 전체 대출의 67%에 달하는 932억원을 부동산PF대출이나 건설업 및 부동산업체들에 빌려주었다가 상당액이 떼일 위기에 놓여 있다.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의 25.64%가 연체 상태이고, 56.6%가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연체 1~3개월 상태인 요주의여신도 207억원에 달해 부동산관련 여신 932억원 중 연체가 전혀 없는 멀쩡한 정상여신은 197억원(21%)에 불과했다. 지방 부동산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부실이 크게 늘다보니 솔브레인저축은행은이 올 상반기 중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전입액(대손상각비)만 144억원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 36억원보다 4배 가량 급증했다. 때문에 영업비용은 작년 상반기 110억원에서 올 상반기 20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솔브레인저축은행의 부동산관련 대출 현황

반면 대출자산 축소 등으로 영업수익은 작년 상반기 92억원에서 올 상반기 69억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작년 상반기 18억원이었던 영업적자는 올 상반기 136억원으로 급증했다.

솔브레인처럼 '부실 급증→대손충당금전입 급증→영업비용 증가 및 영업실적 악화' 패턴을 거의 같이 밟은 저축은행들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우선 작년 상반기보다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더 늘어난 저축은행이 53개에 달한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전입액)부터가 작년 상반기 1631억원에서 올 상반기 2839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업계 3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878억원에서 1221억원, 4위 웰컴저축은행은 1015억원에서 1083억원, 5위 애큐온저축은행은 898억원에서 947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OK저축은행의 영업비용과 대손상각비, 영업이익

대형 저축은행들일수록 작년에 이미 충당금 신규전입이나 상각 또는 매각을 많이 했는데도 이렇다. 그만큼 올들어서도 부실이 추가로 더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당수 부실은 그동안 사실상 숨겨둔 부실을 당국의 압박 때문에 마지못해 드러낸 것일 가능성이 있다.

충당금을 또다시 이렇게 많이 쌓다보니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작년 상반기보다 영업실적이 호전된 곳은 17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62개는 모두 실적이 악화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영업적자가 작년 상반기 559억원에서 올 상반기 837억원으로 적자규모나 확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상상인은 316억원에서 661억원, 서울 바로저축은행은 4.5억원에서 549억원으로 각각 영업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2024년 상반기 영업적자 폭이 컸던 저축은행들(단위 억원)

많은 저축은행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1년 전보다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리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예금평균금리를 작년 상반기 4.98%에서 올 상반기 4.47%로 내린 반면, 대출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10.45%에서 10.49%로 올렸다.

OK-한국투자-웰컴-애큐온-OSB-KB-NH 등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도 모두 비슷하다. 전국 79개 중 무려 43개 저축은행들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도 대부분 부실과 적자는 더 늘어났다. 예금 이탈 등을 초래해 예금이 줄고 대출도 같이 주는 현상이 곳곳에 생겨난 것이다. 

79개 저축은행들 중 올 상반기 예금 평균잔액(평잔)이 작년 상반기보다 줄어든 곳은 SBI 등 무려 64곳에 달했다.

또 SBI 등 63곳은 대출 평잔이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전체 자산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곳도 SBI 등 55곳에 달했다. 대부분 저축은행들의 자산규모와 살림살이가 쪼그라든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예금, 대출과 평균금리

당국의 압박으로 숨겨둔 부실이 대거 드러나고 충당금 적립 때문에 적자가 심해지더라도 부실채권들을 대거 매각하거나 상각하면 부실채권비율은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상당수 저축은행들은 공경매나 상각 등 부실채권 정리를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헐값에 파는 것 보다 금리 인하와 부동산경기 상승 때까지 기다려 손실을 회복하자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저축은행들의 이런 행태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3~4년 동안 부동산대출로 20조원 넘게 벌었으나 당국에서 요구한 충당금은 훨씬 더 낮다"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현 상황을) 3~4년 버티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그때는 돈을 다 벌게 되니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칙적으로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측면에서 볼때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게 (바로)일종의 분식회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정가치 평가가 안된 것들은 적정가치를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매각이 필요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대출사업장들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도록 하고 부실채권 매각을 강하게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6월 말이 지난 8월까지도 ‘버티기’ 하는 저축은행들이 상당수 있어 앞으로 더 강하게 밀어 붙이겠다는 뜻이다.

대명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 현황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다지만 부동산PF 부실 등과 관련된 국내 지방 분양경기는 여전히 혹한이다. 국내 실물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금리들도 이미 선제적으로 많이 내린 상태여서 미국 금리인하의 여파로 같이 더 내리기에는 부적절하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관측이기도 하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저축은행들의 부실은 앞으로도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계속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이다가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 같은 것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이정현 수석연구원도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질서있는 부실정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최소 2025년 상반기까지 추가 손실인식 부담이 존재해 단기간내 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로 “‘유의 및 부실우려’ 부동산PF 비중이 다른 업권 대비 높고, 관련 부실위험이 높은 수준인데다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PF사업장의 분양률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부실정리 속도는 제2금융권 내 다른 업권 대비 다소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일명 PF정상화펀드를 통한 부실처리 과정에서 ‘파킹 거래’ 논란이 발생한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부실정리가 아닌 시간벌기용 매각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런 편법적 매각이 많아질 경우 부동산PF 정상화는 좀 더 지연되고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