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상장폐지 붐? 신세계건설 상장폐지에 쏠리는 시선

-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상장폐지 추진 - 신세계건설 부진과 이마트 재정 부담이 배경 - 대기업의 비상장 전환 경영...투명성에 부정적 영향

2024-11-01     이태희 기자
신세계건설이 지은 빌리브 헤리티지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올들어 기업들의 공개매수와 상장폐지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마트가 자회사 신세계건설 주식의 공개매수를 완료, 곧 재계 11위 신세계그룹의 멀쩡한 상장사마저 상장폐지되게 생겼다.

상장이냐, 비상장이냐의 선택은 기업 자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나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문제들이 핫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적어도 일정 규모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면 가급적 많은 계열사들을 상장시켜 경영 내용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게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도 내로라하는 대그룹 계열사마저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는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일각에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건설 공개매수결과보고서 공시

지난달 31일 신세계건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9일까지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한 결과 당초 공개매수 예정 주식물량 212만661주(지분율 27.33%) 중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은 모두 137만6841주(지분율 17.74%)로 집계되었다.

이마트는 31일 공개매수가인 주당 18300원, 총 252억원을 들여 응모주식들을 모두 현금매수했다.

252억원은 수십조원 단위 흑자를 내는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곳에서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에 허덕여온 이마트에게는 다소 벅찬 액수다. 지난 6월 말 현재 이마트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9억원,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16억원에 각각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현금및 현금성 자산

이번 공개매수로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지분율은 공개매수 직전 70.46%에서 88.2%로 높아지게 되었다. 여기에 자사주 2.2%를 더하면 90.4%가 된다. 자발적 상장폐지 기준 95%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마트는 나머지 지분 9.6%도 모두 현금교부 방식으로 매입, 지분율 100%를 채운 후 상장폐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 9월30일 공개매수 결정을 위한 이사회에서 이번 1차 공개매수로 95%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2차 공개매수에 들어가지 않고, 포괄적 주식교환(현금지급) 방식으로 남은 지분들도 모두 확보, 상장폐지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행 상법은 최대주주가 지분 95%를 확보하면 나머지 5% 지분은 정당한 가격에 강제 매수할 수 있는 이른바 ‘95%룰’을 규정하고 있다. 최대주주에겐 효율적인 경영을, 남은 소수 주주에겐 투자금을 정상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마트처럼 공개매수로 95% 지분을 채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95%가 안되더라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이른바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서다. 소수 주주가 보유한 신세계건설 주식을 이마트가 가져오면서 이마트 주식이나 이마트가 보유한 다른 상장 계열사주식을 교환 비율대로 교환하는 것이다.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을 줘도 된다.

사실상 공개매수와 같은 효과인데,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받으면 강제로 진행할 수 있다. 이마트가 굳이 2차 공개매수를 안해도 가능하다고 장담하는 것은 이런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명시한 신세계건설 투자설명서

신세계건설 주가는 지난 9월 초까지 1200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다 공개매수 발표 후 18000원대까지 뛰어 올랐다. 공개매수 완료 직후인 지난 30일 종가도 공개매수가에 약간 못미치는 18110원을 유지했다.

이 때문인지 이마트가 프리미엄을 얹어 산정한 공개매수가 18300원에 대해선 다른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 기업들에서 자주 발생하는 공개매수가에 대한 반발이 아직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95%를 맞추기 위해 포괄적 교환을 실시할 때는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1차 공개매수가에도 응모하지 않고 버틴 10% 가까운 주주들은 공개매수가격 이상의 투자금 회수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포괄적 교환 비율을 놓고 법적 충돌이나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이마트가 제시하는 대안이 상장기업이 아니고 비상장기업이라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최근 두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상장사 수익가치 산정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설령 이런 과정을 모두 극복하고 95% 달성에 성공했더라도 나머지 5% 지분 강제매입 과정에서도 법적 분쟁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강제 매수가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들의 소송 사례가 적지 않고, 법원이 소수주주 편을 들어주는 사례들도 최근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공개매수 전 후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지분율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 상장폐지에 성공, 신세계건설을 이마트의 100% 비상장 자회사로 만든다 한들 신세계건설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냐를 놓고도 이견과 비판들이 적지 않다.

신세계건설은 현재 ‘미분양 무덤’이라고까지 불리는 대구, 부산, 포항지역 등에서 지난 2018년 이후 아파트 등의 수주를 크게 늘렸다가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까지는 그래도 384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렸으나 22년 120억원 영업 손실을 본 이후 작년에는 영업적자 규모가 1878억원까지 확대되었다.

올 상반기(1~6월)까지 이런 분위기는 이어져 매출은 작년 상반기 7988억원에서 올 상반기 4248억원으로 크게 줄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32억원에서 643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신세계건설의 적자 확대는 모기업 이마트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가 작년 4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큰 이유들 중 하나가 신세계건설 적자 확대였다. 올 상반기 이마트는 간신히 영업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매출 14조원에 영업흑자 규모가 124억원에 불과한 것도 신세계건설 영향이 컸다.

영향이 그룹 주력기업 이마트에게까지 확대되자 신세계그룹은 작년 말부터 신세계건설 살리기에 총력전을 벌였다. 영랑호리조트 흡수 합병, 신세계아이앤씨와 금융권이 동원된 회사채프로그램 발동, 레저사업부문의 계열사 매각 등으로 신세계건설이 확보한 현금만도 447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신세계건설은 올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중도금 대출 등을 통해 레지던스나 지식산업센터 등을 분양받은 사람들(수분양자)이 소송 등을 이유로 못갚겠다고 버티면서 신세계건설이 중도금 채무를 대신 떠안는(채무인수) 사례가 2건, 733억원이나 발생했다.

채무인수액 733억원은 작년 말 기준 신세계건설 자기자본 1199억원의 61%에 달하는 규모다. 이마트가 9월 들어 갑자기 공개매수와 상장폐지까지 나간 것은 이런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대로 그냥 둬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 측이 상장폐지의 배경이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신세계건설을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만든 후 사업구조 재편이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장일 때는 소수주주들 눈치도 봐야하지만 비상장 자회사가 되면 이마트 마음대로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을 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의 부실 사업장을 과감히 매각하거나 흡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장 상태에서도 이마트나 신세계그룹이 소수주주 눈치 때문에 사업재편이나 그룹 지원, 구조조정 등을 못한게 거의 없는데, 굳이 더 비용을 들여 상장폐지까지 가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상장폐지의 진짜 목적은 소수주주 눈치 보지 않고, 신세계건설과 그룹 또는 최대주주간의 은밀한 내부거래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아니면 골치 아픈 신세계건설을 아예 정리해버리거나 사업규모를 크게 축소해 이마트의 한 사업부문으로 편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등의 온갖 설만 무성하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의 올 상반기 손익계산서

한편 올들어 현재까지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거나 진행한 기업은 대양제지, 쌍용C&E, 락앤락, 신성통상,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티엘아이, 신세계건설 등 총 8곳이다.

이 중 대양제지와 쌍용C&E는 이미 상장폐지를 완료했지만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이다. 또 신세계건설과 티엘아이, 신성통상은 그룹 개인 최대주주가 있는 곳이지만 나머지 5개는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다. 이 중에서도 대형 재벌 계열사는 신세계건설 1곳 뿐이다.

신세계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는 너무 헐값인 공개매수가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거센 반발에도 자진 상장폐지 계획 기업들은 기존의 강경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밸류업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이 이런 자발적 상장폐지 붐의 한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지분이 많은 상장사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소액주주 지분이 적고 오너 일가 또는 지주사가 회사 지분을 대부분 확보한 상태라면 이런 여러 일로 시달리느니 차라리 상장폐지하는게 오히려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들의 경우 상장폐지로 주가 변동 리스크없이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 등을 손쉽게 진행해 더 빠르게 엑시트 하려는 전략이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는 이런 사모펀드 또는 중견재벌 사례들과는 약간 다르다. 공개매수가는 비교적 후하게 쳐주어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신 상장시장에서 모범적이어야할 대그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장폐지까지 진행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정도 대그룹이라면 상장사를 더 늘려도 시원챦을 판에 실적이 안좋다고 상장폐지해버리면 남아있을 대그룹 상장사가 몇 개나 되겠냐”며 “밸류업 정책이나 기업경영의 투명화, 선진화 등에 모두 역행하는 처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