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롯데손보, 매각가 2조원 '버티기?'… 비싼 가격에 매각 협상 난항
-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보’…높은 매각 희망가 - 기존 롯데 계열사 의존도 감안하면 2조 원대 매각가는 비싸 - 롯데손보, 자산건전성 악화·고비용 구조 등 약점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과거 롯데그룹 소속이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은 2019년 사모펀드에 같이 팔렸다. 롯데카드는 동북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 운용사라는 MBK파트너스가, 또 롯데손보는 토종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각각 새 주인이 되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매각한 회사들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분 59.8%로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당시 1조3810억원을 지불했다. JKL파트너스는 지분 77% 인수를 전후해 모두 7484억원을 투입했다.
보통 사모펀드들의 기업인수 최대 목적은 인수 기업을 최대한 키워 빠른 시간 안에 비싸게 재매각, 최대한의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통상 인수 후 5년 안팎이 가장 바람직한 재매각 타이밍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재매각 움직임을 보인 곳은 롯데카드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3년 만인 2022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당시 MBK 측이 제시한 매각 희망가가 3조원으로 알려지는데, 이 높은 매각가가 매각 불발의 최대 이유였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인수 4년 후인 작년 9월부터 재매각 움직임을 시작했다. 롯데손보가 시장에 나오자 눈길은 우리-신한-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등에 온통 쏠렸다. 이들 모두 적당한 크기의 손보사가 없어 고심 중이었고, 인수 여력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중대형급 증권사나 생보-손보사가 없고 은행에만 의존하다보니 덩치와 실적 경쟁에서 항상 다른 금융지주들에 밀렸다. 하나금융도 중대형 생보-손보사 부재 때문에 틈만 나면 M&A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금융지주 1위 자리를 놓고 KB금융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신한금융지주에게는 특히 중대형 손보사 부재가 최대 약점이다. 손보업계 4위인 KB손보의 올 1~9월 당기순익은 7400억원(연결기준)에 달했다. 반면 신한EZ손보는 14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보 부문에서만 7500억원이 넘는 순익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신한은행이나 카드, 증권, 라이프(생보)가 아무리 벌어도 손보 부문의 큰 격차 때문에 KB금융에 밀린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자산이나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KB손보는 업계 4위, 롯데손보는 7위다. 1~3위는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화재 순이고, 5위와 6위는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다. 대그룹 소속이거나 독보적 시장위치 등 때문에 당분간 매물로 나올 이유가 거의 없는 손보사들이다.
여러 중소형 생보-손보사들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롯데손보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게 사실이다. 특히 실적이 급한 금융지주사들에게는 가장 탐나는 매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장 급하다는 우리금융지주부터가 지난 6월말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대신 지난 9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1조5493억원에 인수했다. 급해진 JKL파트너스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아예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같은 절차를 없애고 누구든 적당한 가격만 제시하면 바로 팔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 이후 지금까지 매각협상이나 타결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물론 다른 금융지주사들이나 교보생명도 롯데손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입장들이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가 내세우는 이유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JKL파트너스가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희망 매각가는 2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소 2조원에서 최대 3조원 선이라고 한다. 이 가격이 왜 너무 비싸다는 것일까?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3조원이 없어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올 상반기 각종 통계가 지난달 공개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충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롯데손보의 약점들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익성이나 영업실적부터 보자. 올 상반기 롯데손보의 당기순이익은 66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813억원보다 18.4%나 감소했다. 업계 순위 1~6위 중대형 손보사들 중 순익 규모가 이렇게 작거나 순익이 감소한 손보사는 없다. 롯데손보는 보험손익도 과다한 비용 때문에 많이 줄었지만 특히 투자이익이 작년 상반기 대비 40.6%나 감소했다.
올 상반기 국내 11개 일반 손해보험사들의 운용자산순이익률 평균이 2.18%인데, 롯데손보는 0.37%에 그쳤다. 적자를 낸 소형 손보사인 하나손보의 -1.32% 다음으로 낮다. 롯데손보의 운용자산순이익률은 2021년에만 해도 3.77%에 달했으나 22년 2.42%, 23년 0.68% 등으로 작년부터 급락 추세다.
회사 측은 이유로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이 81%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수익증권의 비중이 높아 이익 변동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구조나 방식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험영업비용도 고질적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손보사들의 대표적인 보험영업비용 지표로, 경과손해율과 순사업비율, 그리고 두 지표의 합산인 합산비율이란게 있다. 경과손해율은 보험 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수치이고, 순사업비율은 순사업비를 보유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보험료를 통해 회사의 제반 경비를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합산비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영업이익이 적자라는 뜻이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기는 손보사들이 많지만 보통 이 적자는 투자영업이익으로 보전한다.
2022년 롯데손보의 경과손해율은 86.46%였는데 비해 업계 평균은 84.14%였다. 같은 해 순사업비율도 25.73%로, 전체 손보사들 중 가장 높았다. 업계 평균은 21.61%에 그쳤다. 이 둘을 합친 합산비율은 112.19%로, 역시 업계평균 10.75%보다 한참 높았다. 합산비율 또한 하나손보의 116.89% 다음으로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영업비용 구조가 오래전부터 고비용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고비용 구조는 올 상반기에도 그대로 드러나 올 상반기 보험영업수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늘어났음에도 보험영업비용이 과다해 보험손익은 오히려 줄도록 만들었다.
가장 좋아 보이지 않는곳은 자산건선성 분야다. 전체 일반 손보사들 중 안좋은 지표들이 가장 많은 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가중부실자산/총자산) 비율은 0.82%로, 업계 평균 0.29%보다 한참 높았다. 2022년 말만 해도 0.37%였으나 작년 말 0.79%로 치솟은 후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유 유가증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29%로 업계에서 가장 높고,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의 연체율은 무려 20.52%로,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운용자산 중 현금, 예금이나 국공채 등 안전자산의 비중은 25%선인데 비해 위험자산 비중은 44%에 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채권 및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된 대체투자자산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다. 롯데손보 측도 증권신고서 등에서 “지속된 금리인상의 여파 등으로 대체투자부문의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중요 지표들인 유동성과 지급여력비율 등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롯데손보의 지난 6월 말 유동성비율은 520.85%로, 업계 평균 805.49%보다 많이 낮다. 절대수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경쟁업체들에 비해선 일시적 자금부족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다.
작년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새로 크게 중시되고 있는 신지급여력비율(K-ICS)도 올 상반기 기준 173.07%로, 작년 213.20%에 비해 6개월 사이에 40%p나 떨어졌다. 업계에선 부실 손보사인 MG손보(44.4%)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 고금리인 후순위채를 가장 자주 많이 발행하는 손보사 중 하나다. 올들어서도 최근 수요예측분 포함, 벌써 3차례나 발행 또는 발행할 예정이다. 손보사들 중 올해 발행 횟수가 가장 많다.
올해 발행분의 발행금리도 푸본현대생명과 함께 가장 높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이 또 다시 보험영업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보험판매채널이 너무 대면모집인 중심인 것도 약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전체 원수보험료 중 대면모집 원수보험료 비중은 79.77%에 달했다. 업계 평균 68.4%를 크게 웃돈다. 현재 손보업계내에서 홈쇼핑, TM(텔레마케팅), CM(사이버마케팅) 등 신채널을 통한 경쟁 심화가 진행 중임을 감안할 때 경쟁업체들에 비해 보험판매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롯데손보의 사업구조가 과거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위탁받은 퇴직연금보험 및 일반보험에 다소 치우쳐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일반보험은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롯데 계열사 계약 물량이 아직도 총 계약 물량의 약 30%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의 49%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에도 롯데 계열사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물량이 모두 빠져나갈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롯데손보가 롯데그룹과 맺고 있는 롯데 브랜드 사용 계약은 지난 3분기 중에 만료된 것으로 알려진다.
협상을 통해 재연장했는지는 아직 관련 공시가 없어 알 수 없다. 만약 브랜드 사용이 종료된다면 롯데 계열사 물량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손보 측은 일단 “퇴직연금 상품의 공시이율이 높아 롯데 물량도 자발적 계약 물량 비중이 높다”며 “공시이율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경우 이탈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유지되더라도 향후 회사 매각 절차가 완료될 경우 기존 퇴직연금 등 보험계약의 추가 이탈 가능성은 있다고 롯데손보 스스로 증권신고서 등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롯데손보에 이런 약점들만 있는게 아니다. 장점들도 적지 않다.
2019년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장기보장성보험 확대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퇴직연금을 제외한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험 비중은 2019년 72%(IFRS4 원수보험료 기준)에서 2024년 상반기 기준 89%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순익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 자동차보험의 비중은 2019년 19%에서 지난 상반기 5%까지 크게 줄였다. 장기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을 통해 일반보험 및 퇴직연금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어 잘만 하면 보험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작년에 많이 오른것도 이런 전략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손보사들 중 시장점유율이 많이 오른 곳은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22년 말 대비 작년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 상승폭은 무려 3.9%p에 달해 전 손보사들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일부 손보사들의 작년 실적이 ‘무·저해지형 보험상품’을 통해 상당수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점은 변수다. 금융당국은 작년 IFRS17 도입을 기점으로 일부 손보사들이 무·저해지형 보험 해지율 가정을 자사 실적에 유리하도록 설정하면서 '고무줄 회계' 논란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무·저해지형 상품은 표준형과 달리, 납입 기간 동안 해지하면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대신,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30% 이상 저렴해 영업에 유리하다. 당국은 일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고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보고 최근 이를 크게 규제하는 내용의 보험개혁안을 발표했다.
롯데손보도 이 대열에 얼마나 합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으나 사모펀드가 대주주이고, 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이상 실적경쟁에 적극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새 규제가 실행되면 실적이나 시장점유율 등이 상당폭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장점보다 단점들이 더 많아 보이는 롯데손보를 1조5천억원 안팎에 팔더라도 100% 수익률이고, 또 3대 금융지주들도 선뜻 달려 들었을텐데, JKL파트너스가 지금도 2조원대 이상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펀드 출자자들과의 약속 같은 다른 이유들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롯데손보만한 매물을 당분간 찾기 어렵고, 급한 쪽은 금융지주사들이기 때문에 계속 버티면 최소 2배 이상 남겨 매각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손보 사업내용을 찬찬이 들여다보면 장점보다 약점들이 더 두드러져 2조원대가 비싸다는 금융지주사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면서 “누가 더 오래 버틸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