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파두, 적자 급증…‘뻥튀기 상장’ 의혹 2막

- 상장 당시 매출 목표와 달리 매출 회복 미미·적자 급증 - 주요 고객사 ‘SK하이닉스’·‘메타’ 거래 감소…매출 구조 붕괴 - 금융당국 조사·집단소송 가능성 커져

2024-12-10     이태희 기자
파두가 생산하는 SSD컨트롤러 제품들(파두 분기보고서)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작년 상장(IPO) 직후 ‘뻥튀기 매출 및 상장’ 논란으로 이른바 ‘파두 사태’를 일으켰던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가 지난 3분기(7~9월)부터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장 당시 장담했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과는 아직 한참 거리가 멀다. 거리가 멀 뿐아니라 매출이 급증하는 조짐도 상장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거의 없다.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의 올 1~9월 연결 매출은 195억원으로, 전년동기 180억원에 비해 8.3% 증가에 그쳤다.

파두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그나마 이 매출 증가세도 3분기(7~9월)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3분기 매출은 101억원으로, 작년 3분기 3.2억원에 비해 30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올 상반기 매출은 94억원에 그쳐 작년 상반기 177억원보다 47%나 감소했다. 매출이 거의 없었던 작년 3분기에 비해 올 3분기에 정상 수준의 매출이 나와 그나마 이런 매출 실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올 1~9월 매출은 그래도 전년동기보다 약간 늘었지만 영업손익이나 당기손익은 더 나빠졌다. 영업손익은 작년 1~9월 344억원 적자에서 올 1~9월 690억원 적자,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337억원 적자에서 676억원 적자로, 적자규모가 각각 2배 가량씩 더 늘어났다.

매출은 약간 밖에 늘지 않았는데 원재료사용(작년 1~9월 63억원에서 올 1~9월 149억원)과 경상연구개발비(103억원에서 224억원), 지급수수료(35억원에서 100억원) 등 각종 비용이 작년 1~9월 525억원에서 올 1~9월 885억원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파두의 비용 구조

작년 8월 상장 당시 파두는 올해 매출 3715억원에 9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6195억원, 1856억원 씩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목표의 10%도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영업적자가 더 늘고 있어 영업이익 목표는 말할 것도 없다. 현재까지의 수주실적 공시로 볼 때 내년 목표들도 달성 불가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파두는 SK텔레콤 융합기술원 반도체 연구원 출신인 남이현 현 대표(최고기술책임자)와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출신 이지효 대표(최고경영자)가 2015년 세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회사다. 핵심 제품은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사용되는 데이터 저장 장치 SSD(solid state drive) 컨트롤러다.

SSD에 발열판이 부착된 모습

파두사태가 터진 것은 작년 8월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 공개한 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공모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작년 2분기(4~6월)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고, 3분기(7~9월) 매출도 3억원대에 그쳤다.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 180억원은 상장 전 제시한 작년 연매출 예상치 1203억원과 큰 차이가 있었다. 파두는 작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110억원을 제시했으나, 작년 1~3분기에만 이미 34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났다.

이 때문에 상장 공모가 3만1천원에 작년 11월 초까지 3만4천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1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상장 1년4개월이 지난 9일 현재 주가도 아직 1만4천원대에서 헤매고 있다.

당연히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시장에서는 파두 경영진이 사실상 투자자를 기만하고 ‘매출 공백’을 고의적으로 감춘게 아니냐는 의혹이 비등했다. 상장 주관사와 거래소 책임론도 크게 일었다.

파두 측은 이에 대해 “낸드·SSD 시장 침체와 AI 강화를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렸다”며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당사 또한 그 규모와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분기에 기존 고객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 조정”이라며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되고 여기에 신규 고객 수주가 더해진다면 큰 문제없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이후에도 매출은 살아나지 않아 작년 매출은 결국 225억원으로, 2022년 564억원의 40%에 그쳤다. 작년 목표 1200억원에 비해서는 18.7%에 그쳤다.

지난 9월말 기준 파두의 수주 현황

이런 분위기는 올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신규 수주 공시는 없었고, 5월부터 간간이 신규수주 공시가 올라왔다. 지금까지 올라온 올해 신규 수주 공시는 모두 8건. 건수는 많아 보이지만 수주액수 합계는 523억원에 불과하다. 상장 당시 잡았던 올해 매출 목표 3715억원과 한참 거리가 있다.

작년 상장 당시 매출 목표를 크게 늘려 잡은 것은 오랜 거래처인 SK하이닉스에 파두가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하이닉스는 SSD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메타에 대량 납품한다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두 경영진과 SK하이닉스와의 오랜 거래 관계, 그때까지 입증된 파두의 기술력 등으로 볼 때 ‘무리는 아니다’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대는 올해가 다 지나간 지금까지도 본격 실현되는 조짐이 아직 거의 없다. 파두 분기보고서를 보면 파두 매출에서 낸드 E사(SK하이닉스로 추정)의 매출 비중은 2022년 78%, 23년 1~9월 63%에 달했으나 올 1~9월에는 단 3%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1~9월 34%였던 D기업의 매출 비중도 올 1~9월에는 9%로 크게 낮아졌다. D기업이 어딘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파두의 주요 고객 의존도 설명 공시

대신 작년까지 거래가 전혀 없던 A, B, C사의 매출 비중은 올 1~9월 각 27%, 27%, 16%로 크게 높아졌다. 파두 측은 거래선을 다변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파두 매출을 거의 모두 책임져주던 SK하이닉스와 메타의 매출이 아직 본격 회복되지 않고 있음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올들어 8차례 신규 수주 공시에서 파두는 계약 상대방의 ‘영업기밀 비공개 요청’ 때문이라며 거래 상대 기업명을 일체 밝히지 않았다. 대신 ‘글로벌 서버 제조사의 구매대행사’,‘해외 Nand Flash Memory 제조사’, ‘국내 반도체 제조사’,‘해외 SSD 전문업체’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이 중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하이닉스일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금액이 미미해 다른 중소 국내 반도체 제조사일 수도 있다.

2022년까지 78%에 달하던 컨트롤러 제품 비중이 올 1~9월에는 19.5%로 크게 낮아지고, 대신 완제품 비중이 81%로 크게 높아진 점이나, SSD 컨트롤러의 평균 판매가가 올들어 전년동기 대비 약 10%가량 하락한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메타와의 거래가 아직도 본격화하지 않자 올들어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컨트롤러만 파는게 아니라 완제품으로 만들어 팔다보니 생긴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파두의 주요 제품 매출비중과 판매가격 동향 설명

이런 분위기는 현재 진행 중인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 관련, 금융감독원 수사나 집단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파두 사태는 파두의 고객이 하이닉스와 메타가 전부였던 시기에 두 기업이 하필이면 상장 시점을 전후해 발주를 중단하면서 터졌다. 상장 당시 파두가 이를 알고도 예상 실적을 발표했는지, 아니면 거래가 파두도 모르게 갑자기 끊긴 것인지가 현재 쟁점이다.

상장 1년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기업과의 거래가 본격 재개되지 않는 것은 과거 주 고객 메타의 전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데이터센터 수요는 충분히 살아났는데도 파두 제품은 쓰지 않겠다는 쪽으로 메타가 선회했거나 등 둘 중 하나다.

미국 등 전세계 데이터센터는 이미 상당 수준으로 살아났다는 보도 등을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단언은 어렵다.

파두의 SSD 컨트롤러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인력 수준 등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한 평판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하이닉스와 메타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들이 언제든지 대형 발주를 재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파두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의 유망 기업일지라도 상장 당시 실제 돌아가던 상황을 사실상 숨기고 영업 전망을 너무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게 사실로 판명된다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큰 지탄과 함께 엄중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