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한온시스템, 10년간 쥐어짠 배당의 대가?…남은 건 '빚더미'

- 한온시스템, 27년 만에 첫 적자 전환 - 차입금 4.5조·이자비용 급증 부담 가중 -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후 고민 심화

2025-02-24     이태희 기자
한온시스템 슬로바키아 공장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작년 말 한국타이어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자 말자 받아든 한온시스템의 작년 경영 성적표가 썩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크게 줄고, 당기손익은 1997년 외환위기 후 첫 적자 전환했다. 첫 적자 치곤 적자폭도 너무 크다. 1회성 이유들도 있지만 과다한 차입금에 따른 막대한 이자비용이 근본 원인이고, 또 향후 영업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어서 1.8조원을 들여 인수한 한국타이어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작년 연결 매출은 10조129억원으로, 전년의 9조5217억원에 비해 5.2%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23년 2836억원에서 작년 1343억원으로, 절반 이상(53%)이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589억원 흑자에서 3344억원 적자로, 큰 폭의 적자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 27년만의 첫 적자 기록이다.

한온시스템의 매출및 수익성 추이(나신평 정리)

한온시스템은 영업이익 급감 이유로, 전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후퇴) 장기화 등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 및 일회성 비용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회성 비용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명예퇴직 등에 따른 구조조정비용 652억원과 4분기 중 발생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계열 편입 격려금 608억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608억에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격려금, 장기근속 격려금 인상분, 해외 물류비 변동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도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또 영업이익 감소 폭 보다 당기손익 감소 폭이 더 큰 이유로는 이자비용 증가 및 손상차손 1301억원 등 영업외손실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자산 손상차손은 완성차 전동화(전기차화) 전략 지연, 고객사 전기차 프로젝트 취소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른 자산 손상 반영이라는 설명이다.

구조조정비용이나 격려금, 손상차손 등은 한온시스템 설명대로 작년 말 집중됐던 1회성 비용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상 발생하는 비용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의 재무안정성 추이(나신평 정리)

가장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 차입금 급증과 과다한 이자비용이다. 한온시스템은 아직 작년 전체 이자비용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한온시스템의 작년 전체 이자비용이 264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은 분석 대상 기업들과 재무정보를 꾸준히 교환하기 때문에 이 숫자는 맞을 것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 2020년과 21년에만 해도 각각 896억원, 856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이 22년에는 1056억원, 23년 1857억원, 24년 2646억원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작년 전체 연결 영업이익이 1343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작년 이자비용 2646억원은 1회성 비용 요인들인 격려금과 구조조정비용 1260억원 및 손상차손 1301억원을 합친 금액보다도 많다. 1회성 비용들이 없었더라도 과다한 이자 때문에 한온시스템은 작년에 적자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총차입금이 계속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2조7340억원이던 한온시스템의 연결 총차입금은 20년 말 3조4297억원, 21년 말 3조7228억원, 22년 말 4조2801억원, 23년 말 4조1464억원, 24년 말 4조5578억원 등으로 코로나사태 등을 거치며 급격히 커졌다. 5년간 증가율이 67%에 달한다.

한온시스템의 분기별 영업이익및 영업이익률 추이(한신평 정리)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시스템 전문업체인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은 작년 말 한국타이어를 새 최대주주로 맞았다. 2015년 6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미국 비스테온으로부터 인수한지 약 10년 만이다.

2015년 당시 한앤컴퍼니는 50.5% 지분을 2조7512억원에, 한국타이어는 19.49% 지분을 1조617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올해 초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18.08%의 지분을 1조2159억원에 사고 팔아 1대주주와 2대주주의 자리를 맞바꾸었다. 한국타이어는 이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6천억원을 더 투입, 지분율을 50.5%까지 더 높였다.

한앤컴퍼니는 현 시세에 비해 1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고, 10년 전 최초 매입가에 비해서는 약 23.3%의 차익을 얻었다. 뿐만아니라 2016년부터 작년까지 한온시스템에서 받은 누적 배당금 7331억원까지 합치면 상당한 차익을 확보하고 사실상의 엑시트를 했다.

반면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 지배 10년 동안 많이 쪼그라 들었다. 우선 시가총액부터가 10년 전 약 5조원에서 지난 1월 약 3조원으로, 40% 가량 줄었다. 10년 간 실질 매출 성장률은 40% 정도로 평가되지만 이익창출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약화되었다. 2019년 4838억원 수준이던 연결 영업이익은 2022년 이후 2천억원대로 떨어졌다가 작년에는 급기야 1343억원선까지 줄었다. 순이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도 하락, 2위 업체와의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10년간 가장 안좋아진 것은 차입금과 재무상태다. 2015년 말 4011억원에 불과하던 차입금은 작년 말 4.56조원으로,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10년 전 100% 밑이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51%까지 급등했다.

한온시스템의 지역및 거래처별 매출현황(한신평 정리)

새 최대주주 한국타이어가 작년 말 인수대금 외에 3자배정 유상증자로 회사에 6천억원을 더 투입했지만 부채비율은 2023년 말 269%에서 소폭 개선에 머물렀다. 매출 성장률만 양호했을 뿐 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은 10년 간 크게 후퇴했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사업부를 1.35조원에 인수한 것 말고는 10년간 이렇다 할 M&A를 한 것도 거의 없었다. 설비투자 규모가 늘기는 했지만 보유 현금과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된 것은 사모펀드 인수 이후 거듭된 배당금 과다 지급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신용평가사나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한앤컴퍼니 인수 전 연평균 755억원 정도이던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지급액은 인수 이후 연평균 1555억원으로, 2배 가량 커졌다. 2020년의 경우 당기순익이 1135억원인데도 배당 지급액은 2098억원에 달했고, 순익이 21년 3107억원에서 267억원으로 격감한 2022년에도 순익의 7배에 달하는 185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했다.

작년에도 순익 589억원에 배당지급액은 472억원에 달했다.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작년까지 나간 배당금이 모두 1조5744억원에 달한다. 한국타이어가 10년 간 받은 배당도 2829억원 가량 될것으로 추산된다.

한앤컴퍼니가 인수 후 이렇게 과다한 배당을 쥐어짜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수대금 2.75조원 중 약 1.7조원이 시중은행 등 30개 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로 조달됐기 때문으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인수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에게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줘야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대주단을 몇차례 교체하면서 차입액이 더 늘어나고, 일부 펀드 지분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2020년부터 한온시스템의 배당 지급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2021년부터 23년까지 3년간 한온시스템 배당지급 현황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과다하게 돈을 빌려 인수하다보니 벌어진 일들로, 사모펀드는 상당한 매각차익에 거액 배당 등 실리만 톡톡히 챙겼지만 한온시스템은 빚더미에 엄청난 이자부담 등 멀쩡하던 회사만 크게 망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3자배정 유상증자로,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에 지원한 6천억원의 용도는 회사 운영자금 4천억원, 채무상환자금 2천억원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 6천억원이 들어왔는데도 작년 대규모 적자 때문에 한온시스템의 작년 말 순차입금은 3조2113억원으로, 2023년 말 3조 3553억에 비해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한국타이어는 물론 초우량 기업이지만 작년 말 한온시스템 인수와 3자배정 유상증자에 보유 중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작년 9월 말 기준 1.9조원가량)을 거의 대부분 써버린 것으로 알려진다. 또 자신의 투자자금 등도 많이 필요해 당분간 한온시스템을 더 지원할 여력은 적어 보인다.

당분간은 한온시스템 자력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뜻이다. 차입금을 당장 크게 줄일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자체 영업이익 창출력으로 이자비용이라도 감당해 적어도 적자는 막아야한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등으로 실적 개선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점이 또 문제다.

나신평은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차량 판매 확대와 전동화 가속으로 관련 제조설비의 가동률이 상승해야 하지만 전동화 부품 판매 부진으로 최근 한온시스템의 설비 가동률은 70%를 하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매출 비중 30%로, 이 회사 최대 시장인 유럽지역 차량 판매실적 둔화와 미국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감안하면 당분간 가동률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차입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단기간 내 자체 이익창출에 따른 자체 재무구조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신평도 “e-Compressor 등 친환경차용 부품의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이들 부품은 아직 가동률이 낮은 수준”이라며 “막대한 이자비용 외에 친환경차 공조부품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비 확대와 친환경차용 부품 생산을 위한 설비 확장에서 비롯된 고정비 부담도 실적 개선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