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정용진 母 이명희의 ‘리치 라이프’…법적 책임은 無, 배당100억+연봉30억
- 이명희 부부, 미등기임원 연봉 30억 - 실적 악화에도 총수 일가 고연봉 - 법적 책임 없이 배당·보수 챙겨
[편집자주]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다. 특히 승계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승계를 진행중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 등과 같은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대물림'은 주요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집중 분석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코너다. 승계의 흐름에 담긴 배경, 지배구조의 암호를 뉴스웨이브가 풀어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신세계-이마트그룹 초기 최대주주이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이마트 총괄회장 부부가 80대 고령임에도 신세계와 이마트 두 곳에서 미등기 상근 총괄회장 또는 명예회장 직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작년에도 부부 각각 30억원이 넘는 연봉(보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말까지 신세계(지금도 보유)와 이마트 지분 10%씩을 갖고 있던 이명희 총괄회장은 작년까지 양 사 합쳐 연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 배당도 매년 받아왔다. 지난 2월에는 이마트 지분 10%를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모두 팔아 2251억원을 한꺼번에 손에 쥐기도 했다.
올해 82세인 이명희 총괄회장은 2020년 이마트 최대주주 자리를 아들 정용진 회장(57)에게, 또 신세계 최대주주 자리는 딸 정유경 회장(53)에게 각각 물려 주었다. 신세계 미등기 상근 회장 직은 그 이전인 1998년부터 맡아 지금까지 계속 자리를 지켜왔다.
2011년 신세계가 신세계와 이마트로 인적 분할된 이후로는 양 사 회장을 계속 맡다 작년에는 두 회사의 총괄 회장 직으로 올랐다.
올해 86세인, 정용진 남매의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은 1980년대에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부회장를 지낸 삼성 원로다. 신세계그룹이 삼성에서 분리된 이후에는 1993년부터 신세계 명예회장, 1996년부터는 웨스틴조선호텔 명예회장을 각각 맡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부인 이 총괄회장처럼 2011년 이후로는 신세계와 이마트 양 사에서 모두 미등기 상근 명예회장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재은-이명희 부부는 작년 한해 동안 이마트에서 똑같이 17.67억원씩, 신세계에서도 같이 12.64억원씩의 보수(연봉)를 각각 받았다. 양 사 합쳐 1인당 30.31억원 씩이다.
연봉 액수는 두 사람이 양 사에서 똑 같다. 2018년 상장 대기업의 5억원 이상 상위 5위까지 고액 연봉자 명단이 공시되기 시작한 이후 두 사람은 매년 똑같은 보수를 양 사에서 받아왔다.
이마트에선 2018년 30.69억원, 19년 29.34억원, 20년 26.93억원, 21년 32.98억원, 22년 31.85억원, 23년 30.65억원씩이다. 신세계에선 2018년부터 10.67억원, 11.47억원, 12.61억원, 12.7억원, 14.99억원 순이다. 2023년에는 신세계 퇴직 임원들이 많아 부부가 상위 5위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연봉액수는 전년과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까지만 해도 양 사 합쳐 40억원이 훨씬 넘던 부부의 1인당 연봉은 작년 30억원 선으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2023년까지는 급여와 설-추석 상여 및 성과급 등을 모두 받았지만 작년에는 이 중 성과급이 양 사 모두에서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용진 회장의 작년 이마트 연봉은 36.09억원이었고, 이 중에는 성과급도 포함돼 있다. 이를 보면 회사 실적 악화 등으로 전 임직원의 성과급이 없어진게 아니라 이명희 부부의 성과급만작년부터 양 사에서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최근 보도자료까지 내며 두 사람의 성과급은 반납된 것이라며, ‘어려운 회사를 위한 오너일가의 솔선수범’이란 식으로 설명했다.
이명희 부부의 작년 1인당 합산 연봉이 2023년보다 줄어든 것이기는 하지만 30억원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웬만한 중견재벌 회장 연봉과 맞먹는다. 재계 서열 2~3위선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023년 전 계열사들에서 받은 연봉 합계가 60억원이었다.
전문경영인인 이마트 한채양 대표이사의 작년 연봉은 12.79억원에 불과했다. 80대 고령인데다 미등기 임원인 이명희 부부의 이마트 1인당 연봉이 현 대표이사보다 5억원 가량 더 많다.
과거 양 사의 최대주주였던 이명희 총괄회장은 여기에다 거액의 배당까지 꼬박꼬박 받고 있다.
이 총괄 회장이 이마트에서 받은 연말배당을 보면 2019년(2020년 지급) 101.6억원, 20년부터 23년까지는 매년 55.75억원씩이다. 물론 남은 지분을 아들에게 최근 모두 매각하는 바람에 작년 연말 배당은 올해부터 못받게 되었지만.
신세계에서 받은 연말배당을 보면 2020년 14.76억원, 21년 29.53억원, 22년 36.9억원, 23년 39.38억원 등이다. 작년 연말배당 44.3억원은 오는 5월 지급받는다. 양 사 합쳐 받는 배당이 올해부터는 40억원대로 확 줄겠지만 작년까지는 매년 100억원 가깝게 받았다. 이 액수도 웬만한 중견 재벌 총수들 못지 않다.
이명희 부부가 아무리 80대 고령이더라도 이처럼 거액 배당에다 고연봉까지 매년 챙기는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적이 과거부터 많이 있어 왔다.
우선 80대 고령인데, 현직 대표이사보다 연봉을 더 받을 정도로 더 활발히 회사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머니 이 총괄회장은 그래도 중요한 회사 일들에 관해 아직도 아들과 딸에게 큰 훈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90세가 가까운 아버지 정 명예회장은 무슨 실적으로 고연봉을 받는지 알 수 없다는 견해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들 딸이 현재 회장이고, 사실상 그룹 총수들인데, 이제 사실상 물러난 부모까지 아직도 전문경영인 대표보다 더 연봉을 받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국내 재계에서 총수 부자가 거액 배당에 연봉까지 챙기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DB그룹의 김준기 창업 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현 최대주주인 김남호 회장은 작년 DB에서 상여를 포함한 연봉 15.26억원, 김준기 창업회장은 8억원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이나 HD현대그룹의 정몽준 전 회장 등은 아직도 그룹 최대주주이지만 회사에 미등기 임원 직도 없고, 연봉도 받지 않는다. 부모가 동시에 명예회장 또는 총괄 회장직을 장기간 맡으면서 고액 연봉도 꼬박꼬박 챙기는 곳은 국내 대그룹들 중 사실상 신세계-이마트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과거에는 계속 실적이 양호해 총수 부모까지 고액 연봉을 지급해도 큰 부담이 없었지만 몇 년전부터는 양사가 동시에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들의 약진 등으로 롯데나 신세계 등 전통 유통대기업들은 현재 대부분 구조적인 업황 하락세에 처해 있다.
2023년 469억원의 연결 영업적자까지 보았던 이마트는 작년 471억원 영업흑자로 간신히 돌아섰지만 당기손익은 2023년 1875억원 적자에 이어 작년에는 5734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구조적인 영업부진에다 과거 비싸게 샀던 G마켓 등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거 코로나 사태에도 끄떡없던 신세계도 이마트에 비해선 아직 괜챦다지만 매출은 정체 상태에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이 계속 하향세다. 작년 연결 매출 6조5704억원의 신세계가 작년에 올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4770억원, 1866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이보다도 문제는 총수 일가가 모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면서도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보다 연봉이 더 높은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에 관한 논란이다.
올해 초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내 개인 총수들의 등기 임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수 78명 중 21명(26.9%)은 등기 임원을 맡지 않았다. 미등기 임원인 총수 비율이 2023년(35.1%)에 비해 약간 낮아졌으나, 여전히 총수 4명 중 1명 이상은 등기 임원이 아닌 셈이다.
주요 그룹 가운데 총수가 등기 임원이 아닌 곳은 삼성(이재용), 한화(김승연), HD현대(정몽준), 신세계(이명희), CJ(이재현), DL(이해욱), 미래에셋(박현주), 네이버(이해진), DB(김준기) 등이 대표적이다.
재벌총수 4명 중 1명 이상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되고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돼 이사회에 참가하는 등기 임원이 아니라, 명예회장·회장 등의 이름을 단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행태에 대해선 사업 전반에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 이사가 져야 하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면서 고연봉 등 누릴 것은 다 누린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많았다.
이런 비판을 의식, 삼성 이재용 회장이나 HD현대 정몽준 전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등은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연봉을 받지 않거나 최대한 작게 받고 있다. 대신 충분한 배당으로 필요자금을 커버한다고 한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현재 실질적인 그룹 총수인 아들, 딸 뿐 아니라 부모까지 총수 일가 모두가 미등기 명예회장-총괄회장-회장이고, 고연봉 등 혜택은 다른 그룹보다 더 누리고 있어 정도가 가장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