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라운지]노영재 사기장, 조선 백자대호, 구로문화재단 매거진 표지 장식

2026-03-21     황유건 기자
미강(美江) 노영재 사기장의 1000만원대 조선 백자대호.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편집자주] 기업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일상에도 문화와 트렌드가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투자 상품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투자를 진행하며 이에 걸맞게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문화생활에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의 취향을 분석해 딜(거래)에 활용하고 있다. 때론 취향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큰 인상을 남긴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관심사, 그리고 문화생활에 대해 뉴스웨이브가 들여다본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조선 백자의 대가로 꼽히는 미강(美江) 노영재 사기장이 빚은 조선 백자대호, 일명 ‘달항아리(Moon Jar)’가 구로문화재단 매거진의 표지 모델로 선정됐다.

구로문화재단 매거진은 서울 구로구의 문화예술 현장을 조명하는 간행물이다. 이번 표지 선정은 한국 전통 도자의 미학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동시에, 전통 공예의 예술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도예 업계에 따르면 노영재 사기장은 ‘조선 백자의 비밀의 문을 연 사기장’으로 불린다. 조선 백자의 원형을 가장 충실하게 재현하는 도공으로 평가받는다.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구축해왔다. 그는 매년 일본 고마진자(高麗神社)의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작품은 일본 수집가들 사이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으며,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생전에 수집한 도자기로도 유명하다.

노 사기장은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Korea Annual Traditional Handicraft Art Exhibition) 도예 부문 1위에 해당하는 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3년에는 제10대 조선왕실도자기 명장에 오르며 조선 백자 분야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달항아리는 국가유산청이 직접 매입할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높이 45cm 기준 대형 달항아리는 작품당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기장의 주특기는 비대칭 달항아리다. 일반적으로 40cm를 넘는 대형 달항아리는 크기와 구조상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제작한 뒤 접합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노 사기장 역시 반쪽씩 이어붙이는 전통 기법을 통해 불균형 속에서 구현되는 조형미를 강조한다. 그의 달항아리는 외형상 유사해 보이지만, 각각 표면의 질감과 색감이 모두 달라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다. 이는 가마 안에서 흙과 불이 빚어낸 우연성과 조화가 작품마다 다른 생명력을 부여한 결과다.

노 사기장은 분원 가마의 역사를 지키며 그 맥을 이어온 도예가이기도 하다. 그는 외조부이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고(故) 안동오(1919~1989)에게 도자기를 사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조선 백자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성장했으며, 옛 도공들의 이야기와 정신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선 왕실 도자의 부활이다. 이를 위해 2003년 분원에 ‘미강요’ 전시관을 설립하고, 조선 백자를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양희진 포토그래퍼가 재해석한 달항아리 ‘하아리(Haari) 시리즈. 사진=뉴스웨이브 배건율 기자

이번 표지 사진은 사진계에 라이징스타인 양희진 포토그래퍼가 촬영했다. ‘하아리(Haari)’로 명명된 대형 사진 작품은 노 사기장의 달항아리가 지닌 비정형적 곡선과 오묘한 색감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양 포토그래퍼는 노 사기장의 ‘오리진 백자’를 주제로 아카이빙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노 사기장의 작품이 동시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양희진의 ‘하아리’는 전통의 상징을 단순히 촬영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어 있음이 형태를 성립시키는 사물의 논리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공(空)과 충만이 공존하는 정서의 그릇으로서 달항아리를 새롭게 그린다. 깊은 색의 층위, 표면을 따라 은은하게 번지는 빛의 결은 도자의 외형을 복제하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사진으로 옮겨놓는다. 전통의 이미지를 과거에 고정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호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정물 사진을 넘어 디지털드로링에 가깝다.

양 포토그래퍼가 노 사기장의 달항아리를 평면 예술로 확장한 사진 작품은 한익환서울아트미술관에서 열리는 ‘산수유람’ 개인전을 통해 오는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표지 모델로 선정된 노영재 사기장의 조선 백자대호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 미학을 MZ 포토그래퍼의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