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모래 언덕과 쌩흐르 온천

▲ ©강성욱
 
새벽에 일어나 현주네를 공항에 바래다 주고 여행 준비를 했다. 우리 가족이 29일 밤 비행기로 나가니까 여행 일정이 45일 정도 된다. 욕심 같아서는 홉스글을 가고 싶지만 일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이틀에 걸쳐서 가야 되는 길이라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했다. 1차 목적지는 미니고비라 부르는 볼겅 아이막의 일승 다사르해.
 
 
울란바타르를 벋어 나면 투브 아이막이다. 투브는 센터, 즉 중심이다. 흔히 도심 상가에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건물을 무슨 투브라고 이름을 붙인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광역 지방 자치 구역이다. 우리의 군에 해당하는 아아막 내에 작은 행정 구역을 솜이라고 한다. 그리고 도시는 호트라고 한다. 수도와 아이막의 중심 도시가 호트에 해당한다. 그런데 더르너고비 아이막 중심인 생샨드에서 호트라고 하면 울란바타르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몽골에서 호트는 울란바타르 하나가 있는 셈이다.
 
▲ ©강성욱
 

투브 아이막에서 볼겅으로 가는 길은 왕복 2차선 포장길이다. 이 길을 따라 가는 동안 길 양편 광활한 들판에 펼쳐진 밀밭이 보인다. 거의 시선 끝까지 밀밭이 이어진다. 보통 몽골 초원에서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의 거리가 약 이십킬로미터 정도 된다. 그러니까 밀밭의 길이가 십킬로미터 이상은 된다는 의미다. 올해 몽골은 밀을 225,500 ha 재배하여, 국내수요의 약 83.8%에 해당하는 335,500톤을 생산하였다고 한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가야되는 초원길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다. 푸제에게 소변이 급하니 차를 세우자고 했다. 그는 조금만 가면 좋은 데가 있으니 좀 참아달란다. 울란바타르에서 150킬로미터 정도 왔다. 볼겅 아이막 부근이다. 조금 가니 잘 꾸며진 휴게실이 보인다. 거의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실 수준이다. 커피숍과 카페테리아, 편의점이 잘 꾸며져 있다. 여기서 잠시 쉬고 길을 재촉했다.

 
 
 

미니고비인 일승 다사르해흐긍 한 올()’ 아래 습지에 있다. 고비의 일승 망흥과 같이 과거에 거대한 호수에 퇴적된 모래가 호수가 마른 후에 바람에 의해 언덕을 이룬 곳이다. 여기는 고비와 수백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고비와는 관계가 없지만 오가기 편한 곳에 있기 때문에 관광 안내원들은 미니고비라 부르며 관광객을 끌고 온다. 푸제의 친구인 울란나스크의 게르를 찾아 갔다. 울란나스크는 과거에 푸르공 운전을 하며 관광 안내원을 하다가 지금은 초원에서 유목을 하고 있다.

 
 
 
울란나스크는 게르 세 동을 지어 놓고, 하나는 자기 가족이 기거하고, 나머지는 관광객에게 대여한다. 관광 캠프가 아닌 유목 개르에서 숙박하면 몽골 시골 유목인들이 생활을 볼 수 있다. 시골 여자 답지 않게 단아한 차림의 울란나스크의 부인이 말 젖을 발효한 애릭을 권한다. 시내에서 산 것보다 산뜻하고 구수하다. 아침에 식탁에 빵과 으름을 차려 놓았다. 딸이 으름맛에 반했나보다. 우유 단백질을 굳힌 으름은 치즈가 되기 전의 상태로 단백하고, 치즈처럼 퀴퀴하지는 않다. 가져갔으면 하는 눈치다. 그래서 울란바타르 범버글시장에서 으름을 사서 두었는데, 귀국 짐에 넣지 못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겨울 동안 내가 다 먹어야 한다.
 
▲ ©강성욱
 
울란나스크의 집을 나와 쌩크르 온천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쌩크르 온천은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칭흐르솜에 있다. 항가이는 몽골어로 풍요롭다는 뜻이 있다. 이곳은 비가 많아 몽골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아르는 뒤쪽이라는 뜻이다. 안쪽은 으르라고 한다. 그래서 내몽골은 안쪽 몽골인 으르 몽골’, 몽골국이 있는 몽골은 뒤에 있다 해서 아르 몽골이라고도 한다. 항가이도 으르 항가이가 있고, ‘아르 항가이가 있다. ‘아르 항가이는 항가이 산맥과 타르바가탠 산맥의 산악을 끼고 있어서 관광 포인트가 많다. 온천 지역이 네 곳이나 있다. 어기와 차칸 누르(호수) 호수 지역과 태하르 촐로(바위)’ 암석 등의 볼거리가 있다.
 
 
 
 
알숭 다사르해에서 나와 서쪽으로 오십킬로미터 정도 가면 하르 호름이 나온다. 여기는 과거에 몽골의 최전성기인 원나라의 수도가 있던 곳이다. 대제국의 수도였던 곳인 만큼 유적이 제법 있을 법도 한데, 커다란 사원 이외에 관광 포인트가 없다.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들이 건축물을 중요시 여기지 않아 과거의 대제국의 수도였던 곳에 남아 있는 흔적이 별로 없다.

 
 

여기서 백킬로미터 정도 더 가면 칭흐르솜이 나온다. ‘칭흐르는 파랑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멀리 강변에 늘어선 푸른 숲이 보인다. 숲을 보고 있은 기대를 하고 있는데,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푸르공은 좌측으로 틀어 비포장길로 들어 선다. 빠르게 흐르는 강을 따라 들판을 가로지르는데 멀리 커다란 밀밭이 보인다. 그런데 밀밭에서 추수를 하지 않고, 기계로 밀대를 밀어 내 차에 싣고 있다. 유월에 비가 적어 밀이 충분히 여물지 않았단다. 그래서 밀 수확은 포기하고, 밀대를 가축에게 먹이기 위해 걷어내고 있는 거란다. 푸제는 올해 밀 흉년이라고 푸념하는데, 몽골 국가 통계는 전년도보다 30%이상 밀 수확이 증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칭흐르 솜에서 쌩크르 온천까지 가는 길은 몹시 험하다. 비포장 길이기도 하지만 경사와 굴곡이 심하여 푸르공이나 사륜구동 SUV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은 아주 빼어나다. 산 골짜기를 따라 단풍에 물든 낙엽송 숲이 빠르게 흐르는 작은 내를 따라 이어진다. 존 바이즈의 노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의 선율이 연상되는 곳이다.

 
 
 

드디어 온천 지역이 보인다. 우거진 숲가에 온천 샘이 흘러나오고 있다. 온천 샘 위에는 샤만이 설치되어 있고, 파르초가 걸려 있다. 성스러운 곳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표시다. 주변에는 캠프들에 온천수를 보내는 파이프가 들판에 놓여 있다. 몽골어로 숲가를 자흐라고 한다. 사람들이 숲가에 모여서 물건을 거래했나 보다. 그래서 시장을 자흐라고 한다.

 
 
 
 

온천샘에 가장 가까운 캠프인 알탄 누타그캠프에 여장을 풀었다. 캠프 이름이 황금 고향이다. 십여동의 게르가 있고, 식당 건물과 온천욕장이 있다. 이 캠프는 일인당 하루에 육만 투그릭을 받는다. 여기에 숙박비와 온천욕,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관광 가이드나 운전수의 비용 하루 삼만 투그릭을 덧붙인다. 온천수는 유황냄새가 진하다. 가족들 모두 만족한다. 그런데 초가을의 아르항가이의 산악지대는 추위가 너무 빨리 찾아온다. 밤새 눈 폭풍이 몰아쳤다. 장작을 때는 난로 불 관리에 아내는 진력이 났나 보다. 하루 더 있자는 의견이 분분한데, 아내는 추워서 힘들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차를 울란바타르로 돌리고 말았다. 관광 시즌이 어느 정도 풀린 구월 초중 순에 이곳에 와서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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