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의 오랜 동행 변곡점
- 송 회장의 지분 확대와 김 부회장의 영향력 감소 움직임
- 김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관계 변화의 단초...권력 재편의 물결 주목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두나무 그룹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두나무 지분 25.53%를 가진 송치형 회장 겸 이사회의장(45)이다. 2대주주는 지분 13.13%를 소유한 김형년 부회장(48)이다. 서울대 3년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2012년 두나무를 처음 만들 때부터 같이 한 이른바 공동 창업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경제학부를 복수전공한 송 회장은 대학 졸업후 병역특례로 IT기업 다날에서 다날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던 김 부회장과 처음 만났다. ‘괜챦은 서울대생이 개발자로 들어왔다’고 누군가가 김 부회장에게 소개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이후 증권 관련 데이터·솔루션업체 퓨처위즈를 창업했다. 다날과 이곳에서 결제 플랫폼과 증권 서비스를 제공해 본 경험이 훗날 두나무에서 증권플러스와 업비트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송 회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과 함께 여러 사업을 시도하다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제안이 카카오에게 채택돼 35억원 첫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카카오와 함께 2014년 ‘증권플러스 for Kakao’를 내놓으면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이때 김 부회장도 자기 회사 퓨처위즈를 두나무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자신은 두나무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두나무에 합류했다. 자회사 편입 때 퓨처위즈의 자기 지분과 두나무 지분을 맞바꿔 현재의 두나무 지분율을 확보했다.
두 사람은 2017년 10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출범시켰다. 업비트는 출범한 지 얼마 안돼 당시 1위 거래소이던 빗썸을 누르고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로 부상했다.
두나무는 현재도 비상장기업이지만 초기부터 여러 투자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상장기업 못지않게 주주들이 많고 소액주주들 숫자도 꽤 된다.
업비트 출범 직후 두나무의 감사보고서가 첫 공개된 2018년 말 주주 구성을 보면 송 회장이 26.8%, 김 부회장이 14.3%로 나란히 1, 2대 주주이고, 카카오 산하인 케이큐브1호 벤쳐투자조합 11.7%, 카카오 8.1%, 우리기술투자 8%,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 7%, 퀄컴 6.5%, 카카오청년창업펀드 2.7%, 소액주주들인 기타 14.9% 등이었다.
두나무 설립 때부터 도움을 많이 준 카카오 합계 지분이 22.5%에 달해 사실상 2대 주주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카카오 경영진들까지 두나무로 속속 자리를 옮겨 경영에도 직접 관여했다. 현 CEO인 이석우 대표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 때문에 두나무와 업비트는 초기부터 ‘카카오 관계사’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것이 부담이 되었던지, 케이큐브1호펀드가 2021년 10년 만에 투자지분을 청산해 현재 카카오 지분은 10.61%(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확 줄었다.
지금도 이들 3대 주주 외에 우리기술투자가 7.21%, 한화투자증권이 5.95%씩을 갖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소액주주는 7973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21.67%에 달한다. 비상장기업이지만 업비트의 대성공으로 두나무 기업가치와 장외거래주가가 급등하면서 초기 투자자들 상당수가 큰 투자차익을 얻고 떠나면서 이렇게 주주 구성이 바뀌었다.
공동 창업자인 송 회장과 김 부회장 관계는 지금도 외견상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년 동안 지배구조에 금이 갈 만큼의 큰 알력이나 경영권 분쟁 같은 것도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보유주식 수나 특히 김형년 부회장의 지위 등에서 묘한 변화가 적지 않았다. 우선 보유 주식수와 지분율이다.
김 부회장이 보유한 두나무 주식수는 2018년 말 456만8850주에서 지금까지 단 한 주도 변화가 없었다. 지분율은 18년 말 14.3%에서 작년 말 13.13%로 6년 동안 1.17%포인트가 떨어졌다. 그동안 있었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송치형 회장 보유 주식수는 같은 기간 856만2050주에서 889만6400주로 33만4350주 늘었다. 물론 지분율은 26.8%에서 25.53%로 김 부회장과 비슷하게 떨어졌지만 유상증자 등에는 김 부회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 비상장사라 주주환원정책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텐데도 두나무가 최근 몇 년간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계속 매입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끈다. 자사주는 주주환원책으로도 필요하지만 현 최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목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두나무는 2022년 주당 33만4000원에 26만3768주의 자사주를 880억원에 매입했고, 작년에도 50만주 가량을 주당 10만원, 499억원에 또 매입했다. 차익을 많이 남기고 떠나려는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사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자사주 지분율은 아직 2.1%에 불과하고, 또 임직원 인센티브인 스톡옵션이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용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송 회장 측이 풍부한 회사 자금력을 동원해 앞으로도 계속 자사주를 사 모은다면 유사시 송회장 측 우호지분 등으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2022년부터 김 부회장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되고 등기이사(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주식회사에서 최대주주는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 주주들을 특수관계인으로 분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공시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에는 최대주주의 친인척이나 회사 임원들이 보통 포함된다.
2021년 두나무 사업보고서를 보면 21년 말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송 회장과 김 부회장, 이석우 대표 등 모두 40.77%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22년 말 부터는 특수관계인 명단에서 김 부회장이 빠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8.97%로 줄었다.
김 부회장이 2022년 초 돌연 등기이사에 물러났기 때문에 특수관계인에서 빠진 게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지만, 미등기 임원도 얼마든지 특수관계인에 포함될 수 있어 이것이 이유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특수관계인 제외'는 이제부터 김 부회장은 송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니라는 공식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두나무는 김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시점에 공동 창업자인 송치형, 김형년 1, 2대 주주의 오너 책임경영체제 전환도 전격 선언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직함도 종전 의장과 부사장에서 각각 회장과 부회장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전에도 공동 창업자 중심의 오너경영체제였기 때문에 도대체 오너경영체제의 무엇이 달라지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이사회 공식 멤버가 아니다. 회사의 최고정책을 최종 결정하고 심의하고 감독하는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김 부회장이 회사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등기 부회장에게도 회사 경영진이 따로 주요 결정사항을 일일이 보고한다면 영향력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기는 보통 어렵다. 아무리 지분율이 높아도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거나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하기 어렵다는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두 공동창업자 간의 불화설이 나왔다. 천재 개발자 소리를 많이 듣던 송 회장은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직원들에게도 높임말을 쓰는 은둔형의 조용한 성격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현안을 놓고서는 좀처럼 뜻을 잘 굽히지 않는 독불장군 면모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면 등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간의 의견 대립이 적지 않았던게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2022년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고금리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도 투자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던 시점이었다.
이런 시황 속에서 업비트가 거래량을 허위로 부풀린 정황이 있다며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진행, 송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긴 사건까지 겹쳤다. 이 사안은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 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한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두나무 주변에 적잖게 나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회사 측은 “김 부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등기이사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창업자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만 설명했다.
김 부회장도 당시 일부 언론에 “2대 주주로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일 뿐, 저의 권한이나 사무실 위치 하나도 바뀐게 없다”며 “ESG경영과 투자자보호센터, 사회공헌 등을 위해 꾸준히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김 부회장은 정상 출근하며 업무를 일일이 챙긴다고 한다. 작년 연봉(급여)도 20.56억원이나 받아 송 회장(27.84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석우 CEO(8.18억원) 보다는 3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회사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거 같은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언론에 밝힌 자신의 주 업무를 보면 그때부터 이미 김 부회장이 핵심 업무에서 약간씩 밀려나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앞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하려면 현재의 송 회장 지분율은 충분치 않다. 비상장 대기업 최대주주치고는 지분율이 낮다. 상장할 경우 지분율이 위험선 아래로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혹시라도 다른 대주주들이 연합하면 송 회장 지분율을 금방 넘어설 수 있는 지분구조다.
그런데도 자사주 매입외에 아직 이렇다할 눈에 띄는 대비가 없어 보이는 이유도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나 말고 이렇게 회사를 키울 사람이 없을텐데, 누가 감히 나를 쫓아낼 수 있겠어?’ 같은 특유의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카카오 등과 이미 우호지분 밀약을 해놓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송 회장은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또 경영방식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지분율이 작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 맡긴 채 아주 중요한 결정 때나 나서는 방식이다.
가상자산 관련 콘퍼런스 등 일부 행사를 제외하면 대외활동이 적어 이해진 창업자처럼 ‘은둔형 경영자’로 자주 불린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주로 거주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때만 귀국한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들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나 자신감, 과거의 탁월한 창업 실적과 추종을 불허하는 경력 등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경영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두나무와 업비트가 쾌속 순항만 계속했기에 가능했던 점도 있다. 고액의 배당과 연봉잔치가 계속 벌어져 왔기 때문에 주주이든 임직원이든 송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바꿀 이유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가상화폐시장 급변이나 경영난 등이 닥쳐 위기상태에 봉착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영 노선에 불만이 폭발한 일부 주주들이 반기를 들고 카카오 등 중립 주주들과 연합한다면 경영권 향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송 회장의 지배력은 아직 취약하다. 김 부회장을 2년 전부터 이사회에서 배제시킨 것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조용하고 큰 일이 없어 보이는 두나무의 지배구조이지만 언제든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인화성 높은 구조라고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