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 악화, 유동성비율 급락
- 금융그룹 전폭 지원에도 흔들리는 대출 리스크, 대손비용 증가

메리츠캐피탈 로고
메리츠캐피탈 로고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메리츠화재보험과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대비 영업 실적이 개선된 반면, 메리츠캐피탈은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메리츠캐피탈은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비율이 작년에 이어 올들어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올들어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대거 나서 메리츠캐피탈을 전폭 지원한데다 지난 3월 이후 회사채 발행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도 사정이 이렇다.

20일 메리츠캐피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644억원으로, 전년동기 1238억원보다 48%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작년 상반기 1418억원에서 올 상반기 69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자산도 8조3305억원으로 작년 6월 말 9조3558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고금리 지속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경기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로 대손비용이 상승했으며, 부동산PF 시장 경기악화 등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캐피탈의 올 상반기 포괄손익계산서
메리츠캐피탈의 올 상반기 포괄손익계산서

실제 차입금과 회사채 등의 평균 조달금리가 2022년 2.14%에서 지난해 3.18%, 올 상반기 3.64%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지출된 이자비용은 작년 상반기 1408억원에서 올 상반기 1571억원으로 11.5% 불어났다. 

빌려주거나 운용 중인 자산을 사실상 회수하지 못해 장부상 손실로 처리해버리는 대손상각비도 올 상반기 51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00억원보다 73%나 늘어났다.

대손상각비에 포함되는 대손충당금 신규 전입액은 작년 상반기 290억원에서 올 상반기 4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에 크게 늘었던 무수익여신비율과 대출채권연체율이 올들어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부실채권 매각이 작년 상반기 43억원에서 올 상반기 39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덕을 많이 봤다.

메리츠캐피탈의 대손상각비 등
메리츠캐피탈의 대손상각비 등

메리츠캐피탈은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법정 최고한도인 20%에 거의 근접할 정도의 고금리 대출 영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 정보포털에 공시된 지난 6월 말 기준 메리츠캐피탈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무려 19.68%로, 모든 신용카드사와 캐피탈사 통틀어 가장 높았다.

또 올 상반기 전체 운용자산 8조59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4조2800억원을 대출채권으로 굴리고, 그 상당수는 또 부동산PF 등 부동산금융일 정도로 대출 영업과 부동산PF 대출을 많이 취급하기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부동산금융은 이 분야에 경쟁력이 강한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화재 등과의 연계 영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화재와 달리 메리츠캐피탈만 이처럼 유독 죽을 쑤고있는 것은 메리츠증권이나 화재가 다루기 곤란한 고위험 자산들을 메리츠캐피탈이 연계영업이란 이름으로 많이 넘겨 받았다가 부실이 다수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했다. 

실적만 좋으면 엄청난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메리츠금융 특유의 보상시스템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저신용자 등에 대한 가계대출이나 부동산PF대출을 무리하게 늘렸다가 부실이나 손실을 많이 입고 있는 것으로도 봤다. 

지난 6월 메리츠캐피탈의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관련 나신평 보고서
지난 6월 메리츠캐피탈의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관련 나신평 보고서

한편 메리츠캐피탈의 부실화 조짐이 작년부터 뚜렷해지자 메리츠금융그룹은 올들어 ‘메리츠캐피탈 살리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의 100% 모기업인 메리츠증권은 지난 6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로 메리츠캐피탈을 지원했다. 대신 메리츠캐피탈로부터 작년에는 없었던 주주배당 1088억원을 받아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 메리츠캐피탈이 새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00억원을 비롯,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610억원 및 회사채 3000억원을 인수, 보유하고 있다.

또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참가계약 방식의 자산 매각으로 지난 3월말 기준 3334억원(대출원금 기준)을 메리츠증권에, 또 951억원을 외부 펀드에 각각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모두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선하고 조정한 자금지원방안으로 보인다.

이 대출채권 매각과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을 모두 합쳐 전체 지원규모는 678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신평은 지난 6월 추산하기도 했다.

이런 지원 덕에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과 무수익자산비율 등은 작년 말에 비해 약간 낮아졌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메리츠금융그룹의 대대적인 메리츠캐피탈 지원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동산 PF정상화 방안’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PF 사업장들에 대한 사업성 평가 세분화와 자산건전성 재분류로 부실이 다시 늘어날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보듯 대손상각비 등이 더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영업실적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또 지난 6월에 2000억원 유상증자와 500억원 신종자본증권 자금이 들어왔음에도 메리츠캐피탈의 유동성비율은 지난 6월 말 131%로 작년 말 207%보다 6개월 사이에 8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2022년 말 유동성비율은 272.90%였다. 1년 반 사이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아직은 안정선(100%) 이상이지만 하락폭이 너무 가파른게 문제다.

메리츠캐피탈의 유동성비율
메리츠캐피탈의 유동성비율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미만 유동성자산을 만기 3개월 미만 유동성부채로 나누어 구한다. 유동성부채는 2022년 말 9425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2421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유동성자산은 같은 기간 2조5722억원에서 1조6274억원으로 급감한 게 문제였다. 유동성이 크게 말라붙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5월 2900억원, 6월말~7월초 1500억원, 7월 2600억원, 8월 2000억원의 회사채도 잇따라 발행했다. 합쳐서 무려 9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회사채 발행물량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매월 1000억원 안팎이었으나 3월 5100억원으로 급증한 후 4월 3200억원 등 3월 이후 발행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채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용이다. 운영자금도 운영자금이지만 부실 확대 등에 따른 유동성 고갈 위기가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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