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PF 부실 축소…연장 방식으로 문제 회피
- 실제 부실 규모 2~5배 더 심각
- 해결책, 부동산 가격 90% 올라야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중소형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제외한 다수 금융업권에서 부동산PF 부실 인식을 회피하고, 부실을 이연(연장)하는 정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캐피탈사들이 고정이하 PF 부실 인식에 가장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평가기준실의 김경무 실장과 황보 창 전문위원은 최근 내놓은 ‘부동산PF의 과거, 현재, 미래’ 보고서에서 금융업권의 실질적인 PF부실을 검증하기 위해 PF특성을 반영해 고안한 부실추정 함수(이하 함수분석)와 표본 분석을 통해 실질 부실을 추정해본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순수 PF 사업장 기준 요주의이하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절반 이상 축소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주의이하 PF부실을 절반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정이하자산의 경우는 중소형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기관들이 최소 절반에서 최대 5분의1 수준까지 축소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80%까지 숨기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발표한 230조원의 PF익스포저에 이 비율을 단순 대입했을 경우 ‘주의를 요하는’ PF익스포저는 약 110조~120조원, ‘부실이 상당히 진행된’ PF익스포저는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기관들의 실질 PF 요주의자산 및 고정이하자산은 현재 발표되는 것보다 2~5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기관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분석한 결과 예측대로 부실의 이연이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감독당국의 강한 의지와 감독으로 중소형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부실 인식은 크게 강화되었으나 나머지 업권의 부실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접하는 부실 이연 형태로는 단순 만기연장, 이자지급 유예, 추가 대출 등을 넘어 실사업주를 유지한 상태에서 명목상 차주를 교체해 정상대출로 만드는 방법, 리츠나 펀드에 자금을 공급해 PF대출 분류기준을 회피하거나 PF부실 자산을 넘기고 장부상 정상 유가증권을 보유한 것으로 계상하는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또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시공사에 대한 대출로 전환하는 신규 약정을 체결하고 PF대출을 사업자 대출로 변경, 분류기준을 회피하는 방식, 실질은 부실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저이나 우량 금융기관이 신용보강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방식 등도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공사비 조달 문제로 실착공이 어려움에도 불구, 시공사 선정만으로 브릿지론을 본PF로 변경하는 방법, 긍융회사 상호간에 발행사채를 인수하고 PF현장에 추가자금을 공급해 정상자산으로 인식하는 방법 등의 부실인식 회피 편법들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조심스럽게 회피 편법사례들을 소개했지만 실제 상당수 PF 현장에서는 비슷한 편법들이 이미 널리 횡행하고 있다는 암시로 읽혔다.
한편 저축은행과 중소형 증권사의 요주의이하비율만이 현재 발표치와 유사한 것은 중소형 증권사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직후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유동성위기를 겪어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감독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은 작년 PF부실에 따른 시장 우려로 역시 감독당국의 집중적인 감독을 지금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어느 때보다 강한 감독당국의 부실 정리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PF지원책은 금융기관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고, 부실을 이연하기에 용이하다면서 통화정책도 완화적이어서 또 다른 충격이 오지 않는 한 PF익스포저는 단기적으로 감소했다가 재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PF 현장의 평균적 자금조달구조, 사업비 구성, 현금흐름을 감안한 시나리오로 분석했을 때 ‘부실을 이연하고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금융기관들의 재구조화 전략은 단순히 미래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댄 임시 방편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지방과 경기 일부 지역의 분양형 PF 시나리오를 분석해보면 미래 부동산 가격이 최근 저점 가격보다 약 55% 이상 상승해야 부실 이연이 부실을 즉시 정리하는 것보다 PF대주 입장에서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초점이 맞춰진 사업주(시공사 포함)의 생존과 이익을 보장하면서 부실을 이연하고 재구조화를 진행할 경우 필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최근 저점 대비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90% 이상 올라야 지금의 재구조화 전략이 겨우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현재 많은 금융기관들의 부동산PF 부실 정리에 ‘눈가리고 아웅’식의 임시방편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부실의 이연이 수반된 재구조화가 성공하기 위해 큰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동반되어야 하는 이유는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진행된 PF현장 상당수가 비싼 가격의 분양가(매매희망가)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실 PF의 재구조화는 ‘부실의 이연’이 아닌 매매희망가를 처분 가능성이 높은 수준까지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여러 이유로 매매희망가를 낮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EOD(기한이익상실선언) 같은 대주의 적극적 권리행사로 토지가격을 충분히 낮추어야 훼손된 사업성을 복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실의 이연은 고분양가(매매희망가)를 유지한 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를 기다리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안에 불과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리스크는 양적· 질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공급과 각종 지원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펀더멘탈이 개선되지 않는 한, 리스크는 가계, 기업 및 정부 부채 증가, 임대료 상승에 따른 실질 물가 상승,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각 부문의 펀더맨탈 약화는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지금 PF부문의 손실을 막기 위해 ‘안정화’, ‘제한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부실을 이연하는 방식 중심으로 사업구조화가 진행된다면 리스크는 또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더 큰 침체를 위한 마른 장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경· 공매 등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