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 자산가들 겨냥한 발행 급증
- 고금리 감수 자본 확충…숨은 '재무 리스크' 존재
- 부동산PF 자산의 위험 증가와 IB부문 실적 하락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올들어 신종자본증권이 고액 자산가들의 인기 투자처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회사들 중 유독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작년 이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투자자가 중도 상환도 요구할 수 없어 발행사가 부채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 금리가 증권사들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많이 애용하는 RP매도나 회사채 등보다 1~2% 이상 높다.

메리츠증권이나 메리츠금융지주는 현재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도 각종 지표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고,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도 고금리를 감수하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사정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관련, 메리츠증권 증권신고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관련, 메리츠증권 증권신고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10일 제7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으로, 모집액은 1500억원, 발생수익률(금리)은 5.8%다.

3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고, 30년 만기에 만기 연장이 가능하며 사채 보유자의 중도상환 요구권은 없다. 7년 후부터 메리츠증권이 전액 상환(콜옵션) 가능하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 않을 때는 5년 후 전액 또는 일부 상환이 가능하다.

중간에 인수기관 없이 메리츠증권이 본점 및 지점망을 통해 직접 청약을 받는 전액 일반공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2019년 처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그동안 6차례 발행은 모두 사모 발행이었던데 비해 이런 공모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5일 청약을 받는데, 최저 청약금액이 10억원이어서, 소액투자자들의 접근 기회를 아예 원천 봉쇄했다. 공모희망금리도 전례가 없다며 개별민평 수익률 산정을 의뢰하지 않고 단독 결정했다. 그만큼 고액 자산가 등에게 자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과 비슷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금융 및 보험회사들이 작년 이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와 비교하면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달 12일 신한캐피탈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1천억원, 사모) 발행금리는 5.35%였다.

메리츠증권과 같은 신용등급인 한화생명의 지난 7월17일 발행물(5천억원, 공모) 금리는 4.8%였다. 심지어 신용등급 A(메리츠증권은 AA-)로, 메리츠증권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롯데카드의 지난 7월 2천억원 발행물(공모) 금리(5.68%)보다도 높다.

작년 이후 지금까지 금융 및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들 중 가장 발행금리가 높았던 곳은 하나손해보험(2024년5월, 사모 1천억원)의 10.655%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신용등급이 BBB로 메리츠증권보다 한참 낮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에도 콜옵션 7년의 신종자본증권 1900억원을 사모로 발행했는데, 이때 금리도 6.5%로 높았다.

2023년 이후 금융및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현황
2023년 이후 금융및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현황

메리츠증권 외에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캐피탈도 작년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2회 및 1회씩 발행했다. 메리츠 3사의 작년 이후 발행액은 모두 69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금융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 소속인 현대커머셜이 3회 2200억원, 롯데카드가 2회 3780억원, KB증권 2회 2500억원 순이다. 메리츠 3사의 발행 횟수(5회)나 발행금액이 단연 두드러진다.

재무제표상 각종 지표들로만 보면 메리츠증권의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은 극히 양호한 편이다. 메리츠캐피탈만 고전하고 있을 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더 양호해 메리츠금융지주도 아주 좋은 상태다.

메리츠증권의 올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962억원, 당기순이익은 3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51%, 당기순이익은 59%나 각각 증가했다. 영업상황이 어려운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에 2천억원 유상증자를 해주고 대신 받은 배당금 1088억원의 영향도 컸지만 영업 자체를 잘했다고 봐야 할것이다.

증권사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을 보면 2022년 말 1683%(연결기준), 23년말 1588%였던 것이 지난 6월 말에는 1136%로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준치 100%보다는 훨씬 높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

이 비율이 100~200%대까지 떨어져 있는 중소 증권사들도 수두룩하다. 메리츠증권의 지난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도 2.3%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많이 낮다.

메리츠증권의 순자본 비율 추이
메리츠증권의 순자본 비율 추이

또 메리츠증권 반기보고서를 보면 신종자본증권보다 금리가 싼 다른 자금조달수단들이 아직 얼마든지 있고, 자금조달 경로 등에 애로같은 것이 생긴 흔적도 전혀 없어 보인다. 자금조달 의존도 19.91%로, 이 회사가 올 상반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RP매도(평잔 12.65조원)의 평균 조달금리는 3.61%에 불과했다. 신종자본증권보다 2.2%p 이상 낮다.

10.75조원(평잔)이나 발행한 회사채와 매도파생결합증권(9.1조원 발행)의 평균금리도 각각4.76% 및 5.01%로, 신종자본증권보다 낮았다.

메리츠증권의 자금조달 경로및 실적
메리츠증권의 자금조달 경로및 실적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런데도 상대적 고금리를 무릎 쓰고 신종자본증권을 올해만 2회나 발행하는 것은 만약의 사태 등에 대비, 일단 자기자본을 최대한 늘려놓자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위험 요소로 바뀔 수 있는 뇌관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게 아니냐는게 이 관계자의 추정이다.

올들어 메리츠캐피탈 살리기에 동원되면서 넘겨받은 부동산PF 관련 자산들이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6월 대출참가계약을 통해 메리츠캐피탈로부터 모두 3278억원의 PF대출 자산들을 매입했다.

본PF가 14건, 브릿지론 등이 4건이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자산들이라고 메리츠캐피탈은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아직 위험성이 높다는 부동산PF 관련 자산들이어서 언제든 부실화가 가능한 자산들일 것이다. 아주 상태가 좋다면 메리츠캐피탈이 굳이 넘겨줄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메리츠증권은 과거부터 부동산PF 등 부동산금융을 많이 취급하기로 유명한 증권사였다. 채무보증, 대출금, 미수금 등으로 주로 구성된 이 회사의 건전성분류대상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7조원(별도)으로, 작년 말 15.2조원 대비 약 12%나 더 늘었다. 남들은 위험하다며 줄이는데, 이 회사는 올들어서도 더 늘렸다.

물론 메리츠증권은 ‘위험 회피’에도 일가견이 있는 증권사다. 2022년 말 많은 증권사들이 부동산PF발 자금경색 위기에 빠졌을 때도 이 회사는 끄덕 없어 보였다. 지금도 부동산PF 대출의 경우 비교적 안전하다는 선순위가 90% 이상(LTV 50% 이내 수준) 이다.

또 PF대출의 경우 대부분 국내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받아 실질 담보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분양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선순위 담보권 이외에 일정 수준 이상 분양률이 상승할 경우 여신제공 의무가 해소되는 확약면탈분양률 조건을 첨부해 신용한도가 실제여신으로 실행되는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PF 대출 유동화의 경우도 기초자산이 대부분 선순위 PF대출채권이며, 대출 만기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어 일시에 대규모로 상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자산 비율추이(단위 백만원, %)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자산 비율추이(단위 백만원, %)

하지만 부동산PF의 특성 상 단기간 내에 경기침체 또는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경우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 현재 부동산경기는 금리하락 추세에 관계없이 지방분양을 중심으로 좀처럼 반등 기미가 없는, 계속 침체 상태다.

메리츠증권 측은 안전하다지만 전체 건전성분류대상자산의 19%에 달하는 대출금 3조2942억원(3월말 기준)의 고정이하비율도 이미 7.4%에 달한다. 전체 자산의 부실비율보다 훨씬 높다.

2022년 말 3.4조원에서 작년 말 2.18조원으로 크게 줄었던 채무보증순액도 지난 6월 말 2.1조원으로, 올들어서는 감소 속도가 정체 상태다. 이외에 지난 6월 말 기준 한도대출 3.28조원, 대출확약 2108억원 등 각종 약정 합계도 아직 4조원 선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현황(단위 천원)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현황(단위 천원)

그동안 메리츠증권 고속 성장의 최대 공신이었던 부동산금융 등 IB부문의 실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도 큰 과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 순영업수익 중 35%를 넘었던 IB부문 실적 비중은 올 상반기 23%선까지 떨어졌다.

IB실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금융수수료 수익은 작년 상반기 977억원(별도)에서 올 상반기 571억원으로 더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영업 악화 등 비우호적 시장 환경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려면 수익선 다변화나 다른 공격적 영업이 필요하고 여기에도 돈이 또 필요하다.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자본을 최대한 확충해야할 시급성이 도처에 널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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