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풍물산, 본사 부지 293억에 매각
- 영업적자 누적, 재무구조 개선 시도
- 사업 다각화 실패, 경영 지속 불투명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계속된 영업 적자와 누적결손, 자본잠식에 시달리던 코스닥 상장기업 원풍물산이 결국 총자산의 절반에 달하던 인천 의류공장 부지와 본점 건물 등을 293억원에 팔아 치웠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풍물산은 지난 24일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로 31 소재 해당 토지와 건물의 매각을 완료하고 25일자로 본점 소재지를 인천광역시 부평구로 옮긴다고 공시했다.
이 부동산은 남성복 정장과 캐쥬얼의류 전문업체인 원풍물산이 처음 설립됐던 지난 1972년부터 갖고 있던 땅과 건물이다.
매각 계약 체결은 작년 7월에 있었고, 매각 대상은 한미반도체, 매각 금액은 293억4400만원이다. 지난 24일 잔금이 입금되며 매각이 완료됐다. 이 토지와 건물 장부가액은 299억원으로, 작년 9월 말 기준 이 회사 총자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유형자산이다.
원풍물산 측은 매각 사유로, 고정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의류 제조를 대부분 아웃소싱하는 의류업체들의 최근 관행에 따라 굳이 제조공장이 필요 없어진데다 계속된 적자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 알짜 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작년 중 해당 토지의 재평가작업을 실시, 126억원의 세후재평가차익(기타포괄손익누계액)을 발생시켜 자본잠식 상태에서 일단 탈출한 바 있다. 이번 매각 잔금 입금으로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한 상당폭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작년 9월말 기준 이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175억원으로, 23년 말 146억원보다 더 늘어나있는 상태다.
원풍물산은 다른 많은 남성복 업체들처럼 내수경기 침체, 남성 정장복 기피풍조, 원가 상승 등으로 최근 수년간 계속된 영업적자에 시달려왔다.
최근 공시된 작년 잠정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은 2023년 289억원에서 작년 227억원으로 21%나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19억원에서 46.7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27억원에서 68억원으로 커졌다.
매출은 코로나사태 직전인 2019년 40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2020년과 21년 각각 291억원 및 309억원으로 하락했으며 22년 333억원으로 잠시 회복되는가 했으나 2023년부터 다시 계속 내리막길이다. 영업손익은 2019년 이후 2022년만 2억원 반짝 흑자였을 뿐 계속 적자이고, 당기손익도 계속 적자상태다.
매출원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으나 매출총이익보다 판매관리비가 더 커 구조적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1~9월 판관비 118억원 중 판매수수료가 41억원, 위탁수수료가 24억원에 각각 달한다. 생산과 판매를 위탁하다보니 생기는 구조적인 비용들이다.
경기 침체, 계층간 소득격차 확대 등에 따라 해외 명품 및 수입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것도 매출 부진 및 영업적자 지속의 한 원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남성복 업체들은 해외 브랜드 상품 수입과 판매, 신규 해외브랜드 런칭, 온라인 유통분야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영업적자가 누적되다보니 작년 9월 말 원풍물산의 누적결손(이익잉여금적자)은 414억원까지 늘어났다. 2023년 말까지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캠브리지코오롱, 코오롱패션, LF 등 다른 대형 국내 남성복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풍물산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미 2008년부터 신재생이나 태양에너지, 발광다이오드(LED), 화장품제조, 바이오신약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많이 시도했으나 잘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오나 마이크로 LED 부문 등은 작년 9월 말 기준 매출이 0다. 다른 다각화 시도분야들도 그동안 대부분 누적손실만 입고 사실상 철수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원풍물산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고 이원기씨의 장남인 이두식 대표이사(18.86%)이며, 이원기 창업주도 12.73%를 갖고 있다. 작년 창업주 사망 후 이 대표 형제들간에 상속재산 분할이 협의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실적 부진에다 다른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처럼 가업을 이을 자녀들도 마땅챦아 이 대표 일가도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부동산 매각으로 재무악화에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영업실적과 사업다각화 전망이 당분간 계속 밝지 않은 점은 더 큰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풍물산 주가는 토지매각 완료를 호재로 받아들여 25일 많이 올랐다가 26일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