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의 10월 날씨

농사짓는 우리나라는 가을이 좋다. 들의 곡식을 거두어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다. 사람들은 배부르고 산천도 아름답다. 그런데 몽골 고원의 가을은 시련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햇빛이 옅어지고, 들풀이 마르면 가축들은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몽골에서 봄을 하와르라고 하고, 가을을 나마르라고 한다. 봄에 비가 오면 사람들은 세한 버러(감사한 비)’하며 좋아한다. 가을비나 눈은 모해(나쁘다)’라고 한다. 가을에 하늘이 흐려지면 바람이 거세지고, 찬 공기가 밀려온다. 시월은 몽골 고원의 짧은 가을이다. 두어 번의 바람이 여름을 순식간에 몰아냈다. 들판은 어느새 노인의 머리처럼 햐얗게 변해버렸다. 몽골인들은 가을이 되면 모든 들이 평등해진다고 한다.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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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에서 생샨드로 가는 차를 슈레가 찾아준다고 해서 기다렸다. 10시 반에 온다던 차가 12시 훌쩍 넘어 왔다. 짐이 많아 차 전체를 빌렸는데, 뒷 좌석에 두 명이 타고 있다. 택시 운전수가 돈을 더 벌려고 나에게 전체 요금 12만 투그릭을 받고, 두 명을 더 태웠다. 성질이 나서 화를 마구 냈다. 한데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이 차를 위반이라고 보내면 내가 다시 차를 잡아야 한다. 돈을 더 벌려는 몽골인의 마음이야 접수하겠지만, 교묘하게 사람을 이용하는 꼴에 영 기분이 상한다. 할 수 없이 앞자리에 타고 생샨드로 돌아왔다. 생샨드 숙소에 들어가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대충 짐 털어내고 골아 떨어졌다.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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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샨드는 몽골 북부와는 달리 구름없이 맑은 하늘이다. 덕분에 바람도 없고 따뜻하다. 사막 기후가 환절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가 연속된다. 11월까지 따뜻하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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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추워진다는 일기 예보가 있다. 시즈레는 북쪽부터 추워지고, 여기는 이번 주말 쯤 추위가 올 거라고 한다. 몽골 초원에서 가을에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작 한겨울에는 이미 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위험하지 않다. 갑자기 기온이 변하는 이 시기에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게 된다. 어제 오늘 아침에 옅은 층운이 하늘을 덥고 있다. 하일라스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람은 없다. 해가 오르면 하늘은 이내 맑아진다. 하지만 오후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바람이 거세졌다. 드디어 모래가 날린다. 수퍼마켓에 마스크로 얼굴을 덥고 갔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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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 종일 강풍이 몰아쳤다. 광장에는 모래 바람이 불어, 모래가 온몸을 사정없이 훌고 지나간다. 건물 사이를 지나갈 때면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바람이 강하다. 베르누이 효과다. 날이 새자 하늘은 거짓말처럼 평온해진다. 구름 하나 없고, 바람은 잔잔하다. 그런데 공기는 차갑다. 가는 바람에서도 추위가 엄습한다. 이제부터 모자와 장갑이 필수가 된다. 북쪽 시베리아의 공기가 하루 동안 몰려왔다. 이 번 주에 두 번의 바람으로 기온은 십도 정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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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바람이 잔잔한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사막답지 않은 평온한 가을 날씨다. 바람만 없으면 몽골에서 가장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고비다. 그런데 밤이 문제다. 저녁이 되면 파르 도시난방 열공장의 굴뚝에 연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에다 파르가 들어가지 않는 게르 난로에서 석탄 때는 연기가 나온다. 이 연기들이 분지에 자욱하게 가라앉는다. 사막 도시는 메케한 연기 속에 파묻히게 된다. 여기 사람들은 이 메케한 연기를 오타라고 한다. 바람이 많은 이곳에서는 연기 배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바람이 모두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람이 불면 추워지고, 바람이 자면 따뜻하지만 연기가 빠져 나가지 않아 도시 공기가 도시가 메케해진다. 공기 오염에 대해서 대책 없이 사는 여기는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드는 겨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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