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이후 춘천-태안골프장, 지리산콘도, 사이판리조트 등 총 5223억원어치 매각·처분
-21년말 총자산의 21.5% 달해....여기에 작년 토지재평가도 실시, 잉여금 5557억원 발생
-업황도 회복되면서 영업실적도 좋아져
-김동선 부사장, 올해부터 한화 건설부문까지 진출...이라크 신도시 사업 등 진두지휘하며 존재 부각시킬 듯

서울 시청역 인근 '더 플라자' 호텔 전경.[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서울 시청역 인근 '더 플라자' 호텔 전경.[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한화그룹의 호텔-리조트 전문기업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매각 또는 처분한 사업장이나 보유 투자자산이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작년에는 토지자산 재평가도 실시, 재평가잉여금도 5577억원이나 발생했다.

이에따라 2021년 말 각각 452%, 24.3%에 달했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연결기준)는 작년 말 175%, 11.6%로 각각 크게 떨어졌다.

22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에 따르면 니세코(일본 홋카이도 스키휴양지) 지분 양도, 춘천골프장 및 수목원 사업 양도, 지리산콘도 매각, 태안골프장 양도, 보유 한화투자증권 및 한화저축은행 지분 매각, 사이판월드리조트 지분 매각, 서울 청파동 건물 매각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2022년 5056억원, 23년 167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합치면 5223억원이나 된다. 처분 전인 2021년 말 이 회사의 총자산 2조4229억원(연결기준)의 21.5%에 달하는 규모다. 보유자산이 10개라면 2개 이상을 팔았다는 얘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주요 재무지표(한기평)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주요 재무지표(한기평)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렇게 유입된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상당부분 활용하면서 2020년 말 7000억원이 넘던 순차입금이 23년 말 1537억원까지 크게 감소했다. 현금흐름 회복과 자산 매각 등으로 차입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작년 대규모 토지재평가잉여금까지 발생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다 업황도 회복되면서 작년 영업실적도 한층 좋아졌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운영권 임대차 계약 만료로 작년 10월 고속도 휴게시설 11개점을 운영 종료하며 연간 800억원 안팎의 매출감소 사유가 있었음에도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7323억원으로, 실적이 좋았던 22년 7360억원에 비해 37억원 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여행 수요 회복으로 주력사업인 콘도와 호텔 매출이 증가하고, 계열사들로부터 수주한 공사를 기반으로 에스테이트 매출도 증가한 영향이다. 코로나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과 21년 매출은 각각 4623억원, 5675억원에 머물렀다. 

다수의 저수익 영업장을 철수-매각한 효과가 작년에 본격 반영되면서 EBIT(이자세금납부전 영업이익)/매출 비율도 22년 0.5%에서 23년 3.2%로 크게 상승했다.

한기평은 앞으로도 인바운드 관광객 유입 등으로 수요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객실단가도 상승하면서 현 수준의 영업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엔데믹 본격화로 해외여행이 활성화됨에 따라 내국인의 콘도/리조트 수요는 일부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인바운드 단체 관광객 유입이 내국인 수요 이탈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 중인 서울 플라자호텔의 경우 외국인 고객 비중이 60% 이상으로, 입국객수 증가로 인한 수혜를 받을 것으로 한기평은 전망했다. 한기평은 이달 중 예정된 추가적인 객단가 인상도 영업실적에 긍정일 것으로 판단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로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로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설악복합단지 및 양평복합단지 개발 등으로 투자규모를 다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착공 예정인 설악복합단지의 경우 총 4600억원의 자금 집행이 계획돼 있다.

투자 시기, 규모가 미정인 양평복합단지 개발의 경우에도 총 투자규모가 경상투자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이런 투자 부담에도 개선된 영업현금흐름과 완공 이전 수취 가능한 분양관련 선수금 등이 현금흐름 부담을 완화하면서 재무안정성은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같은 영업실적 호조에도 연결 당기순손익은 22년 317억 흑자에서 23년 432억 적자로 다시 적자전환했다. 23년 말 누적결손도 1487억원으로, 22년 말 1035억원보다 더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평은 이같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반영, 지난 20일 이 회사의 기업신용등급 및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동선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동선 부사장

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백화점유통부문인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으로, 미등기 상근 부사장이다. 이 회사에서 벌써 13년 가량 근무했다. 부사장임에도 작년 이 회사에서 8억4900만원의 보수를 받아 김형조 대표이사(5.82억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수령했다.

22년 말까지만해도 김 부사장은 이 회사에서 전무였다. 22년 5억이상 연봉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작년들어 승진하면서 연봉도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연간보수 5억원이상 수령자 명단
2023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연간보수 5억원이상 수령자 명단

김동선 부사장은 작년 말까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말고도 한화갤러리아 미등기 상근 부사장(전략본부장 겸 신사업전략실장),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부사장도 함께 맡아왔다. 여기에다 지난 1월1일부터는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 자리를 또 하나 더 확보(?)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한화건설로 독립해 있다가 2022년 중 한화와 합병, 한화의 한 사업부문으로 바뀐 곳이다. 김 부사장은 2014년 옛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한화그룹에 첫 입사했다. 유명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근무도 했다고 한다.

2017년 모종의 사건으로 회사를 떠났다가 2020년 말 한화에너지 복귀를 시작으로 21년부터 호텔레저 부문과 갤러리아를 다시 맡았다. 올해부터 한화의 해외건설 책임자 자리를 또 맡은 것을 보면 레저와 유통외에 건설부문도 그가 앞으로 맡을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맞을 가능성도 있다.

갤러리아가 아직 고전 중이지만 호텔레저부문이 작년부터 다소 안정됨에 따라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건설부문으로 다시 활동영역을 넓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화 건설부문 실적이 포함된 한화의 각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한화 건설부문 실적이 포함된 한화의 각 사업부문별 영업실적

하지만 작년 한화 건설부문의 영업실적은 다른 상당수 건설사들처럼 좋지 않았다. 매출은 22년 4조3262억원에서 23년 5조3266억원으로, 23%나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같은 기간 2385억원 흑자에서 21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당기손익도 1073억원 흑자에서 1222억원 적자로, 역시 적자전환했다.

각종 건자재값 상승과 부동산PF 관련 손실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국내 건설업 업황 전망은 좋지 않다. 다만 한화 건설부문의 경우 22년 이후 중단했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올해부터 재개할 것이라는 뉴스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자신이 과거 몸담았던 이라크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실적을 크게 올리고, 자신의 존재감도 한층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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