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량 기업 발행금리 2%대 늘며 '활기'
- BBB+급 기업 7~8%대 고금리에도 수요 '부족'
-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선제적 자금조달

서울 광화문 KT본사
서울 광화문 KT본사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시장금리 하락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증가로 연말 회사채 시장이 때 아닌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약 3년 만에 발행금리 2%대의 회사채들도 시장에 속속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반면 아직도 7~8%대 고금리로 겨우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기업들도 있어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계속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이 납입기일인 KT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발행물량 1300억원) 발행금리는 2.899%로 확정됐다. 5년물 700억원의 발행금리도 2.918%이며, 10년물 1천억원의 발행금리만 3.057%로, 3%대를 유지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2%대 발행금리가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2022년 중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KT 회사채의 경우 2022년 1월 발행된 3년물(2700억원)의 2.596%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KT가 발행한 회사채의 발행금리 확정관련 공시
최근 KT가 발행한 회사채의 발행금리 확정관련 공시

자금사정이 좋은 편인 KT는 전통적으로 1년에 2~3차례 정도만 회사채를 발행, 필요자금을 조달해왔다. 2022년 1월 발행분 2%대 이후 2022년 6월 발행분부터는 금리가 4% 초반대로 급격히 치솟았다. 작년 7월에도 4.1%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들어선 3% 초중반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이처럼 2%대로까지 더 떨어졌다.

올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중 2%대 발행금리는 KT가 처음이다. 이번 KT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수요가 몰려 발행금리 추가하락을 미리 예고했다.

KT에 이어 4일(납입기일 기준)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동시에 회사채 발행금리 2%대로 진입했다.  국민은행(2400억원)과 신한은행(3천억원) 모두 1년물 무보증 공모회사채로, 발행금리도 똑같이 2.98%를 찍었다. 

KT나 4대 시중은행들은 모두 초우량 신용등급인 AAA급 기업들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4일 발행 대열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29일 발행 분의 발행금리가  3%선까지 근접, 곧 2%대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납입기일이 국민-신한은행과 같은 4일, 무보증 회사채를 동시에 발행한 현대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 3사의 회사채 발행금리도 3.034%~3.079%를 기록, 2%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회사채 비수기인 연말에 갑자기 회사채 발행 물량이 폭증하면서 발행금리 2%대와 3%초반 저금리 회사채들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국내외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수 우량 대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가 속속 2%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금리가 2%대로 떨어진 신한은행의 4일 회사채 발행 공시
발행금리가 2%대로 떨어진 신한은행의 4일 회사채 발행 공시

이들 외 다른 웬만한 대기업들의 최근 회사채 발행금리도 이젠 3%대 초중반이 거의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 연쇄 인하 등의 효과가 국내 회사채시장에도 뚜렷이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7~8%대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기업들도 없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효성화학이다. 효성화학은 4일을 납입기일로, 만기 1년의 무보증 공모회사채 3백억원을 발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공모 희망금리는 6.7~7.7%였다.

효성화학 회사채 발행금리 확정관련 공시
효성화학 회사채 발행금리 확정관련 공시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확정금리 7.7%로,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전액 인수했다. 효성화학은 지난 7월초에도 2년물 500억원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적이 있으나 그때 역시 완전미달이었다. 그때 확정금리는 7.8%였다.

효성화학과 같은 신용등급인 BBB+급 대기업들의 최근 6개월 회사채 발행 사례들을 보면 지난달 13일이 발행일인 풀무원식품의 신종자본증권 30년물의 발행금리는 6.2%에 달했고, 수요예측 경쟁률도 0.48대1로, 일부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상대적인 고금리를 제시해도 수요가 모자랐던 것이다.

지난 6월21일이 발행일인 HLD&I한라 1년물 600억원도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달(0.93대1)이 발생하면서 개별민평금리 대신 절대금리 8.5%의 확정수익률로 주관 증권사들에게 미달 물량을 떠넘겨야 했다.

같은 BBB급이지만 회사채 발행금리가 3%대까지 떨어진 대기업들도 물론 있다. 지난 10월25일 한진이 발행한 2년물 110억원의 발행금리는 3.741%였다. 지난 7월3일 두산이 발행한 2년물(250억원)의 발행금리도 3.867%였다.

하지만 한진과 두산의 다른 만기 발행분이나 다른 BBB급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아직 4~5%대에 대개 머물러 있다.

최근 6개월간 BBB+급 회사채 발행 사례
최근 6개월간 BBB+급 회사채 발행 사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보통 회사채보다 금리가 1~2% 이상 높다. 하지만 발행금리가 4%대까지 떨어진 국내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사례도 최근 많이 생기고 있다.

현대해상(11월4일 발행, 4.2%), 코리안리(10월11일, 4.27%), 교보생명(8월6일, 4.3%), 메리츠화재(8월28일, 4.5%), 동양생명(10월7일, 4.7%), 한화손보(8월30일, 4.78%) 등이 그 사례들이다. 생보사 빅3중 하나인 한화생명도 오는 12일을 발행일로, 후순위채 4천억원의 수요예측 공모희망금리를 4~4.55%로 정했다.

그러나 롯데손보(11월12일, 6.2%), ABL생보(12월6일, 5.4%), 푸본현대생명(5월, 6.9%) 등은 아직 5~6%대 금리다.

한편 국내 회사채 시장은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몰리면서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최근 두 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통상 연말은 회사채 시장의 비수기이지만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기업들이 미리 자금확보에 나서면서 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자 내년에도 경기불황을 우려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둘러 회사채 시장을 찾은 영향도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내년 초를 피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 회사채 가격이 낮을 때 물량을 미리 확보해두자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도 풍부하다. 최근 에쓰오일과 KT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조원이 넘는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더 늘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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