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건설 부실 그룹사에 옮길까 노심초사
- 롯데그룹 계열신용등급의 정점, ‘롯데케미칼’
- 최대주주 롯데케미칼 대신 2대주주 호텔롯데 나서
- 롯데건설 재무 이슈 장기화 되면 롯데그룹 위기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기자
롯데건설 발(發) 주력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노출된 건설사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롯데정밀·롯데쇼핑까지 그룹 전반에 걸쳐 신용등급 하향 도미노 현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롯데그룹 등 주요 기업의 신용평가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 부실의 불씨가 다른 롯데그룹사 전체로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부동산PF 유동화 채무의 만기연장을 위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10%~15%대의 고금리로 차입했다.
메리츠금융그룹에서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매입용 자금 1조5000억원을 조달하면서 유동성위기는 일단 벗어났다. 그런데 이 1조5000억원 중 메리츠금융그룹이 댄 돈은 9000억원이고, 나머지 6000억원은 롯데정밀, 롯데물산, 호텔롯데 3개 그룹사들이 나눠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한 9000억원은 선순위 대출이다. 3개 그룹사가 대여한 6000억원은 후순위다. 다시 말해 추후 부동산PF 유동화증권에서 돈이 회수되면 메리츠금융그룹에 최우선적으로 돈을 갚고 남는 돈이 있으면 3개 그룹사들이 나눠 받는 구조다.
메리츠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똑똑한 투자를 했다. 롯데건설이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회수가 가능하고 유동화증권을 갖고 있는 동안 13%의 이자를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이 모두 롯데정밀, 롯데물산, 호텔롯데 등 회사가 후순위에 있어서 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자본조달 조건은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신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은 AA+, 호텔롯데 신용등급은 AA-다. 최고 신용등급이다.
그럼에도 최근 롯데건설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어렵다는 건 그룹사가 위기에 놓였을 때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이 지원할 능력이 약해졌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롯데그룹 전체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고도 해석된다.
주력 그룹사들의 재무구조를 크게 훼손시키며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PF리스크가 규모가 워낙에 큰데다가 계속 차입금이 급증하는 등 재무구조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의 외부자금 차입은 3조원에 달한다.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에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롯데건설이 발행한 2500억원 규모 공모사채에 보증을 섰다. 이 공모사채는 만기가 1년짜리인 단기 채권임에도 간신히 발행했다.
2대 주주인 호텔롯데 역시 지난해 말 롯데건설이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에 대해 사실상 무상 지급보증인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전환사채에서 나오는 이익과 손실은 오롯이 호텔롯데의 몫이다.
호텔롯데는 전환사채를 인수한 회사(SPC)에 고정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 호텔롯데가 TRS 계약을 제공한 사모 전환사채 역시 발행금리가 10%에 달한하는 고금리다.
눈길을 끄는 점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 참여, 2500억원 공모사채에 대한 보증을 서는 등 제한적 지원에 나서는데 반해 호텔롯데는 전면에 나서 롯데건설 유동성위기를 지원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주는 자본활동을 최대한 억제한 조치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전체의 신용도(계열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다. 따라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그룹 계열사 신용도도 동반 하락한다.
실제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는데,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의 등급전망도 함께 '부정적'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문제는 롯데건설의 재무 이슈가 장기화 할 경우 롯데그룹 계열신용등급 정점에 서 있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추가강등이 우려된다. 이는 롯데그룹에 전례 없는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