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 또 1조 손 벌린 CGV, 2020년 이후 3년간 1.8조 조달
- 사모펀드 투자금 상환은 오리무중… “신뢰도 추락”
- 52주 신저가… “주가 바닥 몰라, 투자주의”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임백향, 이재근 기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한 CJ CGV가 또다시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코스피 상장사인 CJ CGV는 2020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자본성과 부채성(금융기관 차입 제외) 조달액은 1조8600억원이다. 자본확충에는 늘 그룹 지주사이면서 CJ CGV의 최대주주(48.50%)인 CJ㈜가 앞장섰다. 2020년 8월 2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830억원)했고 같은 해 12월엔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차입을 해줬다.

CJ CGV는 지난 20일 총 57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올 9월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총 유증금액 5700억원 중 CJ㈜가 600억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주주에 배정한 후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공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CJ㈜는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방식은 3자배정 유상증자다. 회계법인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약 4500억원으로 평가함에 따라 조만간 법원 인가를 통해 최종 금액은 확정된다. 

이에 따라 CJ CGV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대규모 물량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유상증자에 따라 7470만 주가 새롭게 발행되는데,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4772만 8537주)보다 1.5배 많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는 23일 전날보다 5.24% 내린 9950원에 장을 마쳤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흘 간 31% 넘게 빠졌다. 수정 주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CJ CGV의 유동성 대응 카드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공모 회사채는 발행은 더더욱 쉽지 않다. 신용등급이 A급 중에서 가장 열위한(A-)데다 부정적 아웃룩까지 붙은 탓이다.

CJ CGV 실적추이.   그래픽=뉴스웨이브
CJ CGV 실적추이.   그래픽=뉴스웨이브

이번 자본확충은 유상증자와 현물출자를 합하면 총 1조원 규모다. 유증으로 조달한 돈은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7439억원이다.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되는 상영관 임차비용(리스부채)은 제외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912%에 육박하고 있으며 순차입 규모는 2조4000억원, 유보율은 -2410%에 달한다. CJ CGV는 매년 설비투자(CAPEX)비로 수백억원을 지출하고 있어 현금을 쌓는 구조가 아니다. 지난해 프리캐시플로우(잉여현금흐름)는 -59억원이었다.

CJ CGV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 3천8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고 2021년에는 2천400억원 지난해에는 768억원으로 적자는 이어졌다. CGV 입장에서는 자체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힘겨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CJ CGV가 사모펀드(PEF)에 돌려줘야 할 돈 약 5000억원이다. CGV가 3개 PEF에 내줘야 할 투자 원금은 4330억원이다. 이자를 더하면 5000 원 규모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CJ CGV는 홍콩 자회사 CGI홀딩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PE와 MBK파트너스로부터 33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당시 투자 조건은 2023년까지 CGI홀딩스를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기로 계약했는데 투자 만기일이 지난 19일 종료됐다.

CJ CGV는 2016년에 터키법인을 통해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이 때도 투자조건은 터키 법인의 상장이었다. CJ CGV 터키법인은 2016년 해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튀르키예 1위 극장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만든 법인이다. 현재 CGI홀딩스와 CJ CGV 터키법인은 모두 현지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유증에 성공하더라도 사모펀드에 약속했던 원리금은 당장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CGV의 사채 및 차입금은 7534억원 이다. 이 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3380억 원이다. 따라서 사모펀드에 투자금을 돌려 주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흘러 나온다. 

국민 영화관인 CGV가 위기에 몰린 배경은 큰 폭의 관람객 감소가 꼽힌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023년 1~5월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 1935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4693만 3590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관람객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는 셈이다.

CJ CGV는 코로나19 기간 손실을 메우기 위해 관람료를 8천원에서 1만 5천원으로 인상에 나섰지만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관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향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CGV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수년간 자본조달 모습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 눈에 띄는 경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넷플릭스 공세 등으로 업황이 악화되는데도 재무적으로만 상황을 타파하려 했을 뿐 이렇다 할 사업의 전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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