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사채 또 발행…위기의 엔터공룡
- BTS 군입대, 민희진 전 대표 분쟁 등 주가 하락 대응 차원
- 주식 전환 가능성 낮고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에도 강행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방탄소년단(BTS)으로 유명해졌지만 작년과 올해 각종 잡음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져있는 글로벌 엔터업체 하이브가 3년 만에 전환사채(CB) 4천억원을 또 발행하기로 해 그 배경을 놓고 화제다.
CB는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바꿀 권한을 주는 회사채다.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 주식으로 바꿀 경우 큰 비용 없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로 매입자들이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만기가 될 경우 원리금을 다시 갚아줘야 하고, 반대로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CB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자금 상황이 탄탄한 우량 기업들은 거의 CB에 손대지 않는다. 부실 코스닥 기업들이나 문제성 기업들이 CB를 많이 이용하고, 또 여러 장난(?)도 많이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브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BTS, 세븐틴, 뉴진스 등 세계적인 K-POP 스타들로 초고속 성장과 떼 돈을 벌어온 대형 엔터기업이다. 번 돈으로 서울 용산에 대형 자사 사옥도 갖고 있다.
최근 여러 잡음과 BTS 군 입대 등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올들어 영업 실적도 나빠졌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2조1780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1조13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각각 올렸다.
쌓아둔 사내유보(이익잉여금)만 지난 6월 말 1조4230억원(이하 모두 연결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이 3조2280억원에 각각 달한다. 지난 6월 말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3214억원에 이른다. 이런 초우량 대기업이 부실 또는 문제기업들이 주로 애용한다는 CB를 4천억원이나 또 발행하니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17일을 납입일로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4천억원(4차)을 발행한다고 의결했다.
사채 만기일은 2029년 10월17일, 주식전환비율은 100%, 주식전환가액은 21만8천원이다. 2025년 10월17일부터 주식 전환청구가 가능해, 이때부터 주가가 21만8천원 이상이라면 주식으로 바꿀 유인이 커진다. CB를 모두 주식으로 바꾼다면 주식총수 대비 지분 4.41%가 늘어나 그만큼 기존 주주 지분율은 떨어진다.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로, 이른바 ‘빵빵 CB’다. 웬만한 CB는 주식 전환을 않고 만기가 되면 이자까지 붙여 원리금을 상환받는데 비해 이 CB는 만기가 되어도 이자는 한푼도 없고, 원금만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주가가 떨어져도 주식 전환이 가능하도록 전환가격을 낮춰 주는 전환가격조정(리픽싱)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없도록 했다. 하이브같은 우량기업이라서 이런 배짱(?) 발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인데도 여러 증권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미래에셋증권이 CB 발행업무 주관을 맡으면서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CB 전량을 총액 인수했다. 미래에셋은 CB를 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하든가 자신이 계속 들고 있다가 주식으로 바꾸는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3년 전 하이브가 발행한 CB 4천억원(3차)도 전액 인수했던 증권사다. 그때도 금리가 0인 빵빵 CB였고, 전환가격은 무려 주당 38만5500원이었다. 일부는 셀다운하고 일부는 지금도 들고 있지만 현재 주가가 19만원대까지 떨어져 있어 주식 전환을 아직 못하고 있다.
이 3차 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는 오는 11월5일부터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풋옵션을 행사, 원금이라도 조기상환받을 예정으로 있다. 3년 동안 한푼 이자도 못 벌고 원금만 되돌려 받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번 4차 CB 인수전에 증권사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또 다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하는 것은 그만큼 하이브 CB의 투자가치가 상당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소송전 등 각종 악재들은 이제 거의 다 노출되었고, 반면 BTS의 내년 제대 등 호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향후 하이브 주가는 다시 오를 것으로 증권업계가 보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공시에서 이번에 또 4차 CB 4천억원을 발행하는 이유로, 지난 2021년 11월 발행한 만기 5년짜리 3차 CB 4천억원의 조기상환에 대비하는 자금조달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CB의 풋옵션 행사시기가 오는 11월5일이어서 미리 조기상환 요구물량을 조사해본 결과 3998억원으로 집계되었다고도 밝혔다.
4천억원 중 단 2억원만 제외하고 모두 원금 조기상환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3년 전 3차 CB 발행 후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그동안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자 한푼 들이지 않고 4천억원을 다시 발행하게 돼 조기상환에는 문제가 없다지만 지난 3년간 하이브의 주가관리 실패로, 3년 전의 3차 CB 발행 목적은 완전 실패가 분명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2021년 11월 3차 CB 발행 직후 한때 하이브 주가는 41만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 지난 9월23일 15만8천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조금 오른게 19만원대다.
이렇게 주가가 계속 떨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올해 계속 시끄러웠던 민희진 전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이 가장 컸고, 경쟁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포함된 '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에서 하이브만 제외된 점, BTS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 논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생활 논란 등 다른 잡음들도 올 한 해 계속 이어졌다.
연결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 1338억원에서 올 상반기 653억원으로 반토막 난것도 다소 영향을 주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들은 민 전 대표와의 분쟁 등 각종 잡음들이다. 하이브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잡음 관리 실패가 결국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년 전에는 왜 CB를 4천억원이나 발행했을까? 당시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서일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는 BTS가 한창 전 세계적으로 고공 인기를 누릴 때라 영업실적이 지금보다 더 좋았다.
CB 발행 직전인 21년 1~9월 연결 매출 7979억원에 영업이익이 1164억원에 달했다. 당시 보유 중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042억원으로 지금보다 더 많았다.
이렇게 현찰이 많았는데도 CB를 4천억원이나 발행한 것은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 지분 2.48%를 5천억원에 매입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만 해도 가상자산 시장이 한창 뜰 때였고, 하이브와 두나무는 서로 상대 지분을 교차 보유하면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두나무 지분을 매입할 현찰은 있었지만 다른 현찰 용도가 많았고, 이자 부담도 없는 CB여서 CB 발행 방식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가 두나무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거론되었다. 하지만 두나무와 하이브는 오는 11월23일까지 서로 지분을 팔 수 없는 주식양도 제한조치를 걸어 두었다.
또 설령 팔 수 있었더라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다. 3년 전 매입 당시 주당 58만원 선이던 두나무 주식 장외시세가 지금은 주당 10만원을 넘을까말까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두나무 지분 평가 손실만 4130억원에 달한다. 두나무 지분의 현재 장부가는 1367억원에 불과하다. 두나무 지분 투자도 현재로선 대실패인 셈이다.
작년에는 SM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철수하면서 주당 12만원에 매입했던 보유 SM 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못하면서 지금도 상당한 평가손실을 안고 있다. 보유 지분이 지금도 9.38%나 되지만 현재 SM 주가가 6만원 대에 머물러 있어 팔고 싶어도 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이브가 K-POP스타 육성과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그 번 돈으로 재테크를 하거나 각종 투자를 하는 데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도 현찰에다 약간의 차입만 하면 3차 CB의 원금 상환은 가능하다. 그런데도 또 차환발행하는 이유는 CB가 이자부담이 없는데다 주식 전환하더라도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이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예상대로 주가가 다시 계속 오른다면 이번 4차 CB의 목적은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경영권 분쟁이나 다른 잡음들이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하고 말썽이 지속되면 주가가 계속 침체를 못 벗어날 수 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전 세계적 평판이나 마케팅 등에 이상이 생겨도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3년 후 또 다시 큰 부담을 안게될지도 모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 하이브 최고 경영진이 현재 가장 주력해야할 부문은 민 전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잡음 관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