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SK온 투자로 연 100억 이자 부담
- SK온·SK엔무브 IPO 지연에 수익 실현 실패
- IPO 본부 인력 감축, 수익성 악화로 조직 흔들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SK온 유상증자에 과감히 자금을 투입한 지 8개월. 상장 지연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만 떠안게 됐다. 선제투자로 IPO 주관을 확보하려던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라는 역효과로 돌아온 것이다.
작년 말, SK온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4000억원을 투자하며 단일 금융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0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했다.
나머지 투자사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시장에 전가한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자금으로 직접 투자해 향후 IPO 주관 기회를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과거에도 종종 써먹은 방식이었다. 비상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IPO 대표주관을 통해 수수료와 자본차익을 함께 챙기는 구조였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여러 기업 상장을 성사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성공적인 상장'이었다.
문제는 SK온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상장 예비심사조차 들어가지 못했고, 재무적 투자자들과 약속한 IPO 시한인 2026년 내 상장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올 1분기에는 영업손실만 229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를 탈출하지 못하면 IPO 일정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SK온의 자회사인 SK엔무브 딜도 꼬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상장 주관사로 낙점됐지만, 중복상장 논란과 내부 합병 가능성 등 변수들이 터지며 IPO 일정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IPO 수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넣었던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실속 없이 비용만 떠안은 형국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이 SK온에 투자한 2500억원의 자금에 적용되는 조달금리를 보수적으로 3~4%로만 계산해도 연간 100억원 안팎의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수익성 압박은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IPO 전담조직인 IB1본부 인력은 올 초 55명에서 40명 수준으로 감축됐다. IPO 강자로 꼽히던 과거 명성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후퇴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인 비상장 기업 투자 포트폴리오 중 SK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그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이번 딜에 ‘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상장 지연이 길어지고 수익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전략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IPO에서 선제 투자 후 주관 확보 전략은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실패 시 비용 리스크도 크다”며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SK온 사례를 계기로 자본 활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