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 키움캐피탈에 2000억원 크레딧라인 제공
- 경기 침체·부동산 리스크에 대비한 사전 조치
- 키움캐피탈,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미래 부실 가능성↑

다우키움그룹과 그 계열사들
다우키움그룹과 그 계열사들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키움증권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100% 종속 자회사인 키움캐피탈에 2000억원을 대여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현찰을 바로 빌려주는 것은 아니고, 키움증권이 키움캐피탈에 내년 1월9일부터 2026년 1월8일까지 1년 동안 기업어음 한도거래 2000억원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필요할 경우 기업어음 매입약정을 체결한 후, 키움증권이 키움캐피탈 어음을 매입해 줌으로써 키움캐피탈이 필요한 자금을 키움증권에서 언제든지 즉시 빌려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이 거래의 목적을 “계열회사의 안정적 유동성 관리를 위해 즉시 사용 가능한 크레딧라인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의 지난 18일 공시
키움증권의 지난 18일 공시

이런 크레딧라인을 긴급 개설해야할 정도로 키움캐피탈 유동성에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를 것이다.

키움캐피탈의 최근 공시들과 3분기 분기보고서 등을 자세히 살펴 보면 키움캐피탈의 수익성이나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등에 큰 문제가 생겼거나 수상한 낌새로 볼만한 결정적 수치나 증거들은 아직 찾기가 어렵다.

우선 키움캐피탈의 이자수익이나 수수료수익등 영업수익은 올 1~9월 연결기준 1533억원으로, 전년동기 1290억원에 비해 19%나 늘었다. 다만 이자와 수수료 비용 등 영업비용이 전년동기대비 34%나 증가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은 작년 1~9월 371억원에서 올 1~9월 302억원으로, 23%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걸 두고 영업상황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PF 부실 등으로 많은 제2금융권 업체들이 작년 이후 큰 적자에 빠지거나 적자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아직 양호한 영업실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캐피탈 분기보고서의 손익계산서
키움캐피탈 분기보고서의 손익계산서

유동성과 관련이 많은 현금 및 예치금 잔액이 2022년 말 1369억원에서 작년 말 971억원, 지난 9월 말 639억원 등으로 많이 줄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이걸 두고 유동성이 고갈상태라고 표현하기도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분기보고서 상의 원화유동성비율은 작년 말 188%에서 지난 9월 말 254%로 높아졌다.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부채(3120억원)보다 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자산(7924억원)이 2.5배 정도 더 많다는 얘기다.

1개월 이내 만기도래 부채에 대한 즉시가용 유동성자산의 비율을 뜻하는 즉시가용유동성비율도 작년 말 211%에서 지난 9월 말 253%로 더 높아졌다. 적어도 지난 9월 말까지 장부상의 유동성은 작년 말 보다 더 양호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자본적정성 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작년 말 16.78%에서 지난 9월 말 15.91%로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자본적정성이 악화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수치다.

키움캐피탈의 유동성지표(단위 백만원, 왼쪽부터 24년9월말, 23년말 순)
키움캐피탈의 유동성지표(단위 백만원, 왼쪽부터 24년9월말, 23년말 순)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자산건전성 부문의 대표 지표들인 고정이하채권비율이나 손실위험도 가중부실채권비율 등은 지난 9월 말 수치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연체율만 공개했는데, 연체 중인 채권액은 작년 말 25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3300만원으로 오히려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연체채권비율도 1.49%에서 0%로 크게 낮아졌다. 연체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뜻이다.

빌려준 돈이 혹시 떼일지 몰라 미리 설정해두는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봐도 비슷하다. 이 수치 역시 작년 1~9월 45억원에서 올 1~9월 29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큰 부실이나 잠재부실이 많이 생겼다면 이렇게 책정하기 어려운 수치들이다.

연결기준 자산이나 이익잉여금, 자본총계(순자산) 등도 계속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발부채 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충당부채도 지난 9월 말 10억원 수준에 불과해 2022년 말 18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실제 지난달 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고한 투자설명서에서 키움캐피탈은 “당사는 사전-사후 리스크관리체계를 운영,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상증자 및 순이익 증가에 따라 자본적정성도 감독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키움캐피탈의 유동성 관련 주요 지표들(투자설명서)
키움캐피탈의 유동성 관련 주요 지표들(투자설명서)

이렇게 적어도 각종 지표상으로는 자금 문제가 거의 없어 보이는데도 모회사에 2천억원짜리 긴급 크레딧라인을 갑자기 요청했다면 다른 공개 못할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의 실물경기나 부동산경기 상태로 볼 때 앞으로 부실이나 유동성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취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게 가장 합리적 추론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2조1185억원에 이르는 키움캐피탈 운용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부분이 대출채권 및 유가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운용자산 중 39%에 달하는 기업금융은 크게 인수금융, 사모사채, ABS, ABL, 유가증권 담보대출 등 기업여신과 지분투자, PEF(사모펀드) 등 투자금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용자산의 27%로, 기업금융 다음으로 비중이 큰 부동산금융은 PF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관련 수익증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다는 부동산PF대출 잔액도 3423억원에 달한다.

PF대출의 경우 수도권 비중이 높고 LTV, 분양률 등 다양한 지표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키움캐피탈 측은 설명하지만 부동산경기가 앞으로도 계속 악화할 경우에는 부실 확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기업금융도 실물경기가 지금처럼 계속 침체가 이어질 경우 부실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키움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 추이
키움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 추이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은 작년부터 부동산PF 부실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증권사나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들에 비해 캐피탈업계의 경우 상당수 부실을 숨기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해왔다.

다른 2금융권 업체들에 비해 캐피탈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캐피탈업계가 부실을 많이 은폐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지난 9월 말 캐피탈업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볼 때 많은 중대형 캐피탈사들은 장부상으로도 이미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케이캐피탈, 웰컴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작년 한국투자캐피탈, 오케이캐피탈과 함께 키움캐피탈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업체에 올리기도 했다. 키움캐피탈도 작년부터 부동산PF 등 때문에 잠재부실 문제들이 거론되던 업체들 중 하나였다.

부동산경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캐피탈업계에도 큰 한파가 닥칠 것으로 보고 금융지주나 대그룹 계열 캐피탈사들부터가 미리 모기업이나 모그룹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는 사례들도 작년 이후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캐피탈이 작년에 실시한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전액 책임졌다. OK금융그룹 소속인 오케이캐피탈은 작년부터 부실 급증으로 적자가 심해지자 대출채권을 계열 대부업체들에 대거 넘기거나 매각-상각 등의 방식으로 대출자산을 크게 줄여왔다. 건전성분류대상 총여신은 작년 6월 말 2조792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8483억원으로, 1년 사이에 34%나 줄었다.

메리츠금융지주 소속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부동산PF 관련 영업자산 3298억원을, 참가계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모기업 메리츠증권에 떠넘기기도 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키움캐피탈 스스로 각종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게 아니라면 계속 장기화하고 있는 실물경기 및 부동산경기 침체에 대응, 다른 캐피탈사들처럼 모기업 긴급 지원 약속이라도 미리 받아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웨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