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순이익 443억원...전년동기비 31% 급감
-오피스빌딩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김태영·이동준 기자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홍콩, 유럽, 미국 등에 투자해놓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국내에서 부동산PF가 큰 문제거리였다면, 지금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부실화가 최대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과거 미래에셋그룹의 ‘인사이트펀드’, ‘차이나펀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2분기(4~6월) 잠정실적을 발표한 국내 6개 대형 증권사들 중 3개 증권사 실적의 공통점은 1분기보다는 저조했지만 워낙 증시가 좋지 않았던 작년 2분기보다는 좋아졌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1분기는 물론 작년 2분기보다도 모두 실적이 좋아졌다.
반면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과 5위인 하나증권은 1분기는 물론 작년 2분기보다도 실적이 크게 줄었다.
하나증권은 2분기에 4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하나증권이 적자까지 낸데는 2분기에 830억원의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분기 대손충당금 적입액은 221억원, 작년 상반기는 38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설명회에서 “일회성 요인 중 하나는 CFD(차액결제거래) 관련 충당금으로 500억원 초반대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어 IB자산 관련 평가손실이 400억원대 발생했다”며 “펀드관련 보상금도 추가로 530억원 가량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400억원에 이르는 IB자산 평가손실도 적자전환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IB자산은 주로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펀드 손실인 것으로 알려진다.
키움증권 역시 2분기에 700억~900억원에 이르는 CFD 충당금과 부동산PF 충당금을 쌓았다. 삼성증권도 500억~700억원대의 CFD 충당금과 부동산 펀드 평가손실이 있었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충당금과 평가손실이 최대 15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도 이들 증권사 3곳은 하나증권과 달리 적자를 내지 않았고, 1분기보다 흑자폭은 줄었지만 전년동기보다는 모두 흑자폭이 늘었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은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565억원으로, 1분기 2816억원 대비 44.4%, 전년동기의 3212억원 대비로는 무려 51.2%나 각각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27.7%나 줄었다. 2분기 및 올 상반기 당기순익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47% 및 19.7%나 떨어졌다.
2분기 실적이 적자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급락이다. 그런데도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자세한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산 평가손실과 충당금 적립이 원인이라는 뭉뚱그린 설명만 있을 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짐작은 할 수 있다. 우선 위탁매매 수수료나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기업금융 수수료 같은 수수료 순익은 1분기 또는 전년동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채권금리 재상승 등으로 운용손익이 2분기 1292억원으로, 전분기 3588억원보다 많이 줄었을 뿐이다. 그러나 전년동기 1100억원에 비해서는 약간 늘었다.
그래서 별도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1315억원으로, 1분기 3131억원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으나 작년 2분기 1183억원 보다는 약간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의 국내 본사 영업실적만으로 보면 다른 증권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대손충당금(대손상각비)이 포함되는 별도 기준 판매관리비는 올 2분기 2358억원으로, 1분기 2651억원, 작년 2분기 2946억원보다 모두 줄었다. 2분기에 대손충당금도 그리 많이 잡히지 않았다는 증거로 보인다.
그런데도 연결기준, 즉 미래에셋증권의 국내외 종속자회사들을 다 합치면 순익이 1분기는 물론 전년동기에 비해 모두 크게 줄었다.
국내 자회사들 실적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때 해외법인들에서 투자자산 손상차손이나 평가손실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가증권처분손실을 보면 2분기 별도기준에서는 1782억원인데, 연결기준에선 4351억원이나 된다. 별도 기준에는 없는 연결 기준 투자부동산 손상차손도 2분기에 476억원이나 발생했다. 주로 해외부문에서 많은 처분손실이나 손상차손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부진한 실적은 주로 일회성 손실이 93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미수채권 대손상각비나 CJ CGV 전환사채 관련 평가손실(170억원)도 있지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투자목적자산 관련 손실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산의 정확한 손실 내역은 파악되지 않으나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분기 해외법인 현황을 보면 전체 세전 순이익은 443억원으로, 전년동기 640억원보다 31%나 감소했다. 특히 홍콩, 런던, 미국, 인도법인이 작년 2분기 407억원에서 올 2분기 255억원으로 순익이 37%나 감소했다.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의 같은 기간 순익 감소폭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요즘 홍콩이나 유럽, 미국 등에선 오피스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한국 대형 증권사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 금융회사나 펀드들도 이 곳에 집중 투자했다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국내에선 부동산PF가 큰 문제거리였다면, 지금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부실화가 최대의 관심사다. 해외 부동산투자에 강하다는 미래에셋증권마저도 해외법인들의 상업용부동산 투자에서 무언가 단단히 탈이 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이 홍콩, 유럽, 미국 등에 투자해놓은 오피스빌딩으로는 중국 상하이 푸동 오피스타워, 미국 워싱턴DC 1801K 스트리트빌딩, 미국 Novo Nordisk North America HQ 빌딩,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중부본사 빌딩,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빌딩, 독일 뒤셀도르프 보다폰 본사 빌딩, 미국 애틀란타 스테이트팜 동부본사 빌딩, 프랑스 마중가타워 빌딩 등이 있다.
호텔과 리조트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미국 와이키키 하얏트리젠시호텔앤스파), 미국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 호텔 등이 있다. 인프라로는 미국 애틀란타 아마존 물류센터, 폴란드 브로츠와프앤코닌 물류센터 등이 있다. 이 중 어느 곳에서 본격적인 탈이 난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우리나라 해외부동산투자의 선구자 같은 곳”이라며 “미래에셋의 해외 성공사례들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나갔는데, 이제는 미래에셋 투자자산들에게까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니 해외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금리 지속, 온라인 근무환경의 확산 등으로 해외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