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분야 역대최대 M&A물건 '홈플러스'
-홈플러스 자회사들이 본사를 역인수하는 복잡한 구조 설계
-홈플러스 자산, 4년새 3조원이나 줄어...영업적자 확대 영향
MBK파트너스는 명실공히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영업체이다. 특히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형적인 사모펀드 전략을 잘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ING생보, 한미캐피탈 등을 인수 후 되팔아 수천억원에서 최대 2조원대의 차익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MBK에게도 그동안의 명성을 무색케 하는 흑역사가 적지 않다. 본지는 국내 유통분야 역대최대 M&A인 홈플러스 사례를 통해 MBK의 운영 전략과 특성, 조직구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뉴스웨이브 = 이동준·김태영 기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일가에게 1991년 신세계를 독립시켜 준 삼성그룹은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 삼성물산의 한 사업부문으로 홈플러스를 처음 설립했다. 아무래도 그룹에 유통기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설립하자마자 외환위기가 발발했다. 삼성은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영국의 세계적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했다.
양측이 절반씩 투자해 1999년 설립된 기업이 삼성테스코다. 2011년 테스코는 삼성 지분을 모두 인수, 4년 정도 독자 경영을 하기도 했다.
테스코는 본사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위기에 직면하자,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에 다시 넘겼다.
지금도 토종 사모펀드 국내 종합 1위,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영업체로 평가받는 MBK파트너스의 당시 인수가액은 모두 7.2조원 안팎(60억 달러)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도 국내 유통분야 최대 규모의 M&A 기록이다.
MBK의 정식 명칭인 MBK파트너스유한책임회사(이하 MBK)와 그 종속기업, 관계기업들의 감사보고서를 모두 종합하면 MBK는 당시 아주 복잡한 방법으로 홈플러스 및 관계사들을 인수했다.
며칠 동안 감사보고서들을 정밀 분석해야 겨우 인수구조와 흐름을 대충 알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가급적 실체를 숨기려는 사모펀드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자회사들이 본사를 역인수하는 방식 채택
MBK는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2호, CPP Investment Board Private Holdings(3) Inc 등 3개 사모펀드를 구성했다.
3개 펀드는 우선 홈플러스 매장에 영업점을 내고 빵을 팔던 홈플러스베이커리를 인수한 후 이름을 '홈플러스홀딩스'로 바꾸었다.
홈플러스홀딩스(이하 홀딩스)는 대전 지역 대형 할인유통업체이던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하고, 이 회사 이름을 '홈플러스스토어즈'로 바꾸었다. 두 회사 모두 인수되기 전에는 홈플러스 자회사들이었다.
MBK는 홈플러스스토어즈(이하 스토어즈)가 마지막으로 홈플러스 본사를 인수하며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홈플러스 자회사들로 홈플러스 본사를 역인수하는 방식이었다.
3개 펀드들이 곧바로 홈플러스와 그 자회사들을 인수하면 될텐데,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는지는 그 어디에도 설명이 없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 인수가액 7.2조원 중 MBK가 100% 홈플러스 지분 매입에 직접 쓴 돈은 모두 5.8조원(49억 달러). 나머지 1.4조원은 홈플러스의 차입금을 떠안는 구조였다.
5.8조원 중에서도 2.9조원은 국내 은행들에서 빌려(인수금융) 조달했다고 당시 언론들은 보도했다.
당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기록이 없다. 다만 상위 기업인 스토어즈 감사보고서에 2015년 인수 즈음에 스토어즈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3.04조원을 빌렸다는 기록이 있다. 금리는 4.22~4.87%. 당시 언론들이 보도한 2.9조원과 얼추 비슷한 금액이다.
이 차입금이 홈플러스 지분 매입에 투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직접 빌리지 않고, 중간에 있는 홈플러스 주주사이자 관계사인 회사를 동원해 빌렸다.
이런 차입금들을 제외하면 MBK가 동원한 자체자금은 2.7조원에 불과하다고 당시 언론들은 보도했다.
초기 자체 투자자금이라면 홈플러스의 차상위 지배기업인 홈플러스홀딩스에 최상위 지배기업격인 3개 사모펀드가 출자한 초기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일 것이다.
홀딩스의 2016년 2월 기준 자본금과 주식발행초과금에서 인수 전부터 있던 홀딩스의 자본금을 빼면 3조467억원이다.
3개 사모펀드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당시 대규모 차입을 직접 일으켰다는 기록은 없다. 대신 홀딩스가 한국리테일투자 등 3개 주주 사모펀드를 상대로 전환사채 3.05조원을 발행했고, 3개 사모펀드는 곧바로 이 전환사채를 홀딩스 보통주 및 우선주로 전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MBK의 초기 자체 인수자금은 3.04조원 또는 3.05조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홀딩스는 MBK 인수 1년 후인 2016년 10월26일 임시주총을 열고 누적결손금 보전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총 발행주식 478만6220주를 313만3390주로 줄이는 균등무상감자를 실시했다.
균등무상감자를 통해 감소한 자본금 중 전기 말까지의 누적결손금 보전에 충당한 금액 2조9437억원을 초과하는 금액 165억원은 감자차익으로 계상했다. MBK의 초기 자체 출자금 3조원 대부분이 1년 만에 홀딩스 결손보전에 투입된 것이다.
2019년 말과 2020년 2월말, 홈플러스는 상위 지배기업들인 스토어즈와 홀딩스를 차례차례 각각 인수합병했다. 자회사가 모기업들을 거꾸로 역 인수합병한 셈이었다.
테스코로부터의 인수 5년도 안돼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역시 설명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두 모기업의 경영상태가 계속 좋지 않아 홈플러스의 지원이 계속되자, 인수합병을 통해 회계라도 단순화시키자는 의도로 추정될 뿐이다.
당초 MBK가 홈플러스만 인수해도 될텐데 원래부터 결손이 심했던 빵 제조기업 홀딩스 등까지 왜 인수했는지도 알수 없다.
전 대주주 테스코의 요구였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대신 다른 좋은 인수조건들을 테스코에 요구해 받아냈을 가능성이 있다.
◆'15년 인수 당시 언론보도와 실제 회계장부 차이 적지않아
홀딩스는 초기에 투자받은 돈 중 2.2조원을 스토어즈에 빌려주었다가 바로 출자전환해 스토어즈의 자본금(주식발행초과금 등)으로 만들어 주었다. 나머지 8335억원은 스토어즈에 직접 현금출자했다.
당시 홀딩스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홀딩스의 스토어즈 지분 100%의 취득원가 3조422억원과 대충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냥 곧바로 홀딩스가 스토어즈에 전액 투자하면 될텐데, 왜 또 이런 방식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스토어즈의 홈플러스 지분 100% 인수 취득원가는 5조2186억원이라고 당시 스토어즈 감사보고서에 공시돼 있다. 스토어즈의 홈플러스 인수자금은 위로부터 내려온 초기 투자금(자체자금) 3.05조원과 스토어즈의 금융기관 차입금 3.04조원으로 조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 당시 MBK의 자기 투자자금이 2,7조원, 인수금융이 2.9조였다는 언론 보도상의 숫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틀렸다고 봐야할 것이다. 당시 MBK측이 정확한 인수자금 구조를 극도의 보안에 붙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정리하면, 장부상으로 볼 때 인수자금 7.2조원 중 자체 초기 투자금과 신규 차입금(인수금융)은 각각 3조원 안팎이고, 나머지 1.2조원 정도가 홈플러스 집단의 원래 차입금을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추정도 일부 틀렸을 수 있다. 회계장부도 약간씩 틀리게 해놓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복잡하게 인수구조를 설계해 놓아 정확한 전모는 MBK만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MBK 3개 펀드와 홈플러스 집단의 장부만으로 볼 때 초기 인수가격 7.2조원 중 자체 투입자금이 3조원 안팎이거나 그 이하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MBK는 ‘자기 돈 크게 안들이고 국내 2위 대형 마트를 거저 주웠다’는 비아냥이나 비판을 들었다.
인수하려는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그 돈을 인수자금에 활용하는 이른바 LBO 방식 인수를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년 3사 합병이후 매출은 '뒷걸음질', 영업적자는 '확대'
인수 직전 해인 2014년, 홈플러스의 매출은 8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78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MBK 인수 이후부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내수부진 장기화, 마트에 대한 각종 정부규제, 대형 마트들 간의 경쟁과열, 1인 가구 증가, 네이버·쿠팡 등 이커머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강세 때문이었다.
2018년 2월 12조5813억원이던 홈플러스의 자산은 2022년 2월말 9조8483억원으로 4년 만에 3조원이나 줄었다. MBK가 인수 과정에서 크게 불어난 차입금을 갚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규 투자보다는 알짜 마트점포를 대거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계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회계연도에 2599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1회계연도에 영업적자 133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점포매각 수익이 대거 들어왔는데도 당기순이익 역시 37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점포매각 수익에다 테스코와의 국제중재재판소 중재소송에서 이겨 1949억원의 잡이익까지 생겼는데도 이렇게 적자로 빠진 걸 보면 영업상황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알수 있다. 매각수익이나 소송수익이 없었다면 적자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다.
아직 2023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신용평가회사들은 홈플러스의 2022 회계연도 영업적자 폭은 더 확대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홈플러스의 개별기준 매출이 2019회계연도 7조3005억원에서 2020회계연도 6조9662억원, 2021회계연도 6조4807억원으로 쪼그라든데 이어 2022회계연도의 3분기 누적매출 역시 전년동기대비 1% 정도 또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3사 합병 이후 매출 뒷걸음질이 지속되고 영업적자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2월말 2조5228억원에 달하던 홈플러스의 내부유보금(이익잉여금)은 2022년 2월말 1조8989억원으로 4년 사이에 6239억원(24.7%)이나 감소했다. 인수 직전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은 3조8244억원에 달했다.
순자산(자본총계)도 2018년 2월말 1조9128억원에서 2022년 2월말 1조2891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 2월말에는 장부가가 1643억원이던 홈플러스 영업권에 대해 홈플러스가 자체 손상검사를 통해 전액 손상차손을 인식하기도 했다. 암울한 업황전망 때문에 영업권의 장부가치를 스스로 0(제로)으로 떨어뜨린 셈이다.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의 손상차손 인식액은 2019년 2월말 0(제로)이던 것이, 2020년 2월말 무려 281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해 유형자산 손상차손도 전년 0에서 52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2년 가을에 발표된 바 있는 한신평 보고서의 홈플러스 분석내용을 요약해 옮겨본다.
"인건비, 임차료, 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매출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점포 영업 중단에도 고정비 부담이 계속되었다. 2022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였으나 비용 부담 증가와 원가율 상승, 온라인 부문 수익성 악화로 실적 부담이 가중되었다. 2018년부터 대형마트 업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근거리 소량구매 선호, 온라인 수요 이전 등 영업환경 변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적인 집객력이 과거 대비 저하되었으며, 추진하고 있는 매장 리뉴얼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점포 매각과 영업 중단에도 지속되는 고정비 부담,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도 실적 반등 제약요인이다. 자산매각 등에도 재무안정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다. 자산매각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으로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는 감소하고 있으나 재무안정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FY22/23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23.0배로 과중한 수준이다. 현금창출력 저하로 임차료(리스부채 상환), 이자비용 등 경상적 자금소요에 대응이 어려운 모습이다. 자산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부족한 경상 현금흐름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매각 여건도 저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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